“따뜻한 품으로 차가워진 가장들을 받아주소서” 용산참사 사망자 기독교 장례위로예배 엄수
입력 2010-01-08 18:36
엄숙과 비장함이 내내 흘렀다. 7일 저녁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4층 장례식장. 고(故) 이상림씨 등 용산 참사 사망자 5명에 대한 기독교 장례위로예배 분위기다. 예배에 앞서 안치실에 다녀온 유가족들은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눈물은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잃은 슬픔 그 이상의 것이었다.
1년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차디찬 병원 시체실 냉동고 속에 남편과 아들을 방치해야만 했던 슬픈 현실에 대한 회한이었을까. 가족들의 울음은 더욱 사무치게 들렸다. 예배 시작을 기다리던 50여명의 참석자들도 울음소리에 귀 기울인 채 숨조차 참는 듯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는 공동기도문 낭독, ‘보아라 저 하늘에’(247장) 찬송과 함께 시작됐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차가운 냉동고 속에 누워 신원의 나날을 기다리던 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행복과 기쁨을 구가하던 한 명의 가장(家長)이었다”며 “낮은 곳에서도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따뜻한 품으로 이들을 안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용산4지구 철거대책위원회 노한나 집사도 “철거민의 비애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망루에 경찰들이 올라갔을 때 유족들은 그 밑에서 목 놓아 울었다”고 기도하자 예배 현장에서는 ‘흐흐흑’ 하며 격한 울음이 터졌다.
이어진 설교에서 한국교회봉사단장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는 “중산층 지향이 아니라 중보 지향의 삶을 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되자”며 호소했고 “우리 모두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자”고 말했다.
설교 부탁을 받은 이후 ‘내가 왜 그 자리에서 설교하게 되는가’를 깊이 생각했다는 오 목사는 1960년부터 부산에서 철거민들과 함께 목회했던 부친을 언급하며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범기독교계가 주관한 이날 예배는 예전(禮典)을 중시하면서 유가족과 고인들이 당한 고통을 하나님께 호소하는 내용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신용산교회 집사)씨는 예배 후 기자와 만나 “수많은 성도들의 기도의 힘으로 1년을 살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전씨는 “구속자와 수배자에 대한 문제 등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를 위해 기도해달라”며 힘겹게 호소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와 용산참사범대위 사이를 중재하는 한편 유족과 경찰 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유족 자녀 중 대학생에게 학비 350만원을 제공했고 성탄절에는 명성교회로 유족, 구속자, 상가세입자 자녀 22명을 초청해 학비 20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김삼환 목사 등이 유족들을 방문해 방한복 등을 전달하고 구속자에게 5만원 상당의 영치금을 전달했다. 또 사건 당시 숨진 고 김남훈 경사 가족의 치료비를 위해 500만원을 제공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9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다. 냉동고보다 더 추운 땅에 묻혀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유가족들의 애환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