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새 삶 찾는 두 장로 이야기… 2010년 여름 파송 앞둔 윤종호 장로
입력 2010-01-08 19:57
“우리의 인생 2막은 선교 현장”
한국 사회내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퇴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천들에게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세상 직업에서는 은퇴할 수 있지만 하나님 사역에서 은퇴란 없기 때문이다. 신자에게 ‘리타이어(Retire·은퇴)’는 타이어를 바꿔 새롭게 달리는 것이다. 은퇴 이후 진정 갈망하던 선교 사역을 떠난 두 장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낮은 이웃 보살피며 물질적 축복 갚아갈 것”
올 여름이면 그의 이력서 맨 끝에 한 줄이 더해진다. ‘65세 남서울은혜교회 은퇴 장로 겸 OOO국 파송 선교사’.
선교사로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윤종호(진성항공여행사 대표이사) 장로 이야기다. 지난해 윤 장로는 남서울은혜교회(홍정길 목사)에서 실시한 ‘전문인 은퇴자 자비량선교 교육훈련(BMR)’ 1기생으로 졸업했고, 오는 여름 선교사로 파송된다. 현재 사역지를 놓고 최종 조율 단계지만 밑그림은 그려졌다. 1차 목적지 러시아 연해주. 그곳에서 고려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학교나 교회 등에서 행정적 도우미로 섬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장로는 지난해 고려대에서 120시간 교육을 받고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땄다. 선교 여정에는 아내 김정희 권사가 동행한다. 김 권사 역시 BMR를 마쳤고, 미용사 교육도 이수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어린 손녀의 재롱을 보며 그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왜 굳이 윤 장로는 가시밭길을 고집한 걸까.
“제가 받은 건강과 물질의 축복을 갚기 위해 은퇴 후 장로로서 하나님 일을 해보려는 겁니다. 홍정길 목사님께서 늘 구원 받은 성도들이 해야 할 일을 강조하셨는데,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가서 제자를 삼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15년 전 서울 합정동의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을 갔을 때 각각의 선교사들 묘비에 쓰인 글귀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윤 장로는 이후 교회에서 실시하는 단기선교를 몇 차례 갔다 왔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했다.
특히 2006년 중국 선교사로 헌신하다 33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위를 보며 그는 선교사의 비전을 구체화했다. 윤 장로는 “하나님이 특별히 사위를 사랑해 일찍 데려가시면서 남은 자에게 책임을 주셨다”고 말했다.
윤 장로는 최근 이런 소망들을 모아 간증 수필집 ‘나그네 길, 나누고 싶은 이야기’(창조문예사)를 출간했다. 먼저 떠나보낸 사위를 향한 그리움, 그가 남긴 어린 손녀를 향한 사랑, 사업체를 운영하며 만난 희망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