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비정규직 노동자 항변 등 현장의 목소리 시로 승화

입력 2010-01-08 18:04


송경동(42)은 거리의 시인이다. 책상머리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그의 시는 싹튼다. 200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현실의 구체성에 뿌리를 내린 생생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비범한 시적 인식을 건져올린다.

‘고졸 학력에, 소년원 출신의 노동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가 펴낸 두 번째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은 노동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꿀잠’(2006)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것으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벌이는 기륭전자 공장, 콜트·트랙 해고노동자 돕기 공연장, 용산참사현장 등에서 함께 싸우며 쓴 시들이 실려있다.

그에게 시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그들에 대한 헌사이다. 시인은 길거리 구둣방 사내의 무뎌진 손톱, 미싱사 가족의 저녁 식탁, 영등포역 앞 노숙인들의 행렬에서도 시를 발견한다.

“길거리 구둣방 손님 없는 틈에/무뎌진 손톱을 가죽 자르는 쪽가위로 자르고 있는/사내의 뭉툭한 손을 훔쳐본다/그의 손톱 밑에 검은 시(?)가 있다//(중략)//저물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가두의 시’ 일부)

송경동 시의 매력은 현장과 생활의 구체성에서 나온다. 표제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에서 자신의 시가 소속돼 있는 곳은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베마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의 말 속”이라고 고백한다. 시인은 또 자신의 시는 세상에 만연해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항변이라고 말한다.

“신체가 늘어지거나 부러지거나 잘리는 것만이 산재일까/비정규직으로, 실업으로 쫓겨나는 것은 산재 아닐까/쪼들리는 삶으로부터 오는 모든 정신의 훼손과 관계의 파탄은 산재가 아닐까//나의 모든 시도 실상은 산재시다/내가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모든 형태의 산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이 세계에 대한 항의다”(‘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중)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추천사에서 “송경동 시의 강점은 서정적 주체들이 몰락의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긍정을 통해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는 의식의 비약을 성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