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찬송] 구주를 생각만 해도 85장 (통 85장)
입력 2010-01-08 17:41
‘그분 생각만 해도 떨리는 데 그 얼굴을 뵈올 때에야 얼마나 좋으랴’
병원과 의대교수직을 사직하고 중앙아시아에 의료 선교사로 있던 때 일이다. 당시 나는 미국 정부의 개도국 지원금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출신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그 나라 전문의들을 가정의학과 의사로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 팀은 일주일에 한 번씩 기도회를 가졌는데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있던 나는 기도회를 인도하게 됐다. 어느 날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앞에 누가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들어온 인기척이 없었기 때문에 이상했지만 분명히 누군가 있었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데 역시 누군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그가 예수님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남선아∼ 나야∼, 네가 오기 세 시간 전부터 기다렸어.” 나는 예수님께 물었다. “예수님이라면 왜 미리 와서 기다리셨어요? 내가 언제 올 줄 아셨을 텐데 이해가 잘 안 돼요.” 그 순간 한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남선아 너는 그날 왜 그랬니?”
6개월 전 한국서 급한 연락이 왔다. 장인께서 피를 토하고 병원에 갔는데 위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에 재직했던 병원의 위암 전공 선생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입원 조치를 했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해 의사인 아내와 6살 된 아들을 서울로 보냈다. 다행히 장인은 암세포가 위 밖으로 퍼지지 않아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또 수술비도 우리를 후원해주던 분들의 도움으로 잘 해결됐다.
그런데 일이 끝나자 아내와 아들이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하는 날. 나는 잠도 오지 않았다. 새벽 4시가 돼도 잠이 오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새벽 5시에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갔다. 집에 있는 것보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비행기는 오전 9시에 도착하는데 공항에 도착한 것은 7시였다.
예수님은 내게 “남선아, 너는 그때 왜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나갔었니? 비행기가 두 시간 일찍 도착하는 일을 본 적 있니? 너도 나처럼 바보구나?” 하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렇다. 누구를 사랑하면 논리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데 예수님은 내가 우리 집사람과 아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고 계셨다. 그걸 알게 되자 예수님이 더 사랑스러워졌다. 언젠가 주님을 마주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행복했다.
‘구주를 생각만 해도 내 맘이 좋거든 주 얼굴 뵈올 때에야 얼마나 좋으랴’.
백남선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