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왕성교회 목사에게 듣는다… 시련 뒤 올 축복 믿고 말씀·기도의 경건생활 힘써야
입력 2010-01-08 19:30
대담=임한창 종교국장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말에는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한국이 맡게 됐다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반면 경제는 아직도 겨울에서 봄으로 환경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사야서에 보면 하나님은 환란도 주시고, 평안도 주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46장). 환란과 시련은 하나님께서 창조의 세계를 운영해가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환란은 새로운 세계로 도약해 가는 과정입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큰 시련을 겪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축복이 예비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련 앞에 굴복하고 좌절하면 안됩니다. 시련의 종착역은 축복임을 믿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분명히 좋은 길을 주실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새해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한국교회는 ‘여전한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즉 말씀과 기도 중심입니다. 목회자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목회에 새로운 대안이나 정책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하나님 말씀과 기도 속에서 경건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좌우로 고개를 돌려 어떤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그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말씀과 기도를 생활화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충직하게 살 때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축복을 주십니다.
-목사님은 영성의 설교자요, 영성 신앙의 대가입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성은 무엇입니까?
“생활의 영성입니다. 그것은 곧 경건생활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사역에 힘쓰리라 하니’(행 6:4)라는 말씀이 바로 정답입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비난을 받은 건 이 생활의 영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말씀과 기도를 생활화할 때, 사회에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연말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도 있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참 많았습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초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목사님은 역대 한기총 대표회장 중 가장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교단 총회장을 지낸 목사님께서는 교회정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가족의 신앙내력으로 볼 때는 제가 결코 교회정치를 할 상황이 못됩니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이기기보다 스스로 물러나고 지는 것에 익숙합니다. 1993년, 교단 내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그 짐을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북 출신으로 어떠한 정치적 기반도 없는 제가 어쩔 수 없이 선거에 뛰어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총회장에 당선되어 많은 일을 했습니다. 총회회관 부지(약 1만6000m²)를 구입하고, 농어촌·미자립교회 지원에 적극 나섰습니다. 또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를 독립시켰습니다. 당시 교단의 정서는 제가 나이는 좀 어려도 깨끗한 이미지였기에 저를 믿고 뽑아준 것이었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좋으셨던 것으로 압니다. 지금은 어떠신지요?
“목회 초기 운동도 안하고 하루 12시간을 꼬박 앉아 기도만 했습니다. 당시는 치열한 영적 전쟁 상황이었습니다. 열왕기상 18장에 보면 하나님의 선지자 엘리야와 바알 숭배자들의 한판 승부가 전개되듯, 제가 교회 주변에 있던 타종교와 싸웠습니다. 타종교인들이 보는 상황에서 매일 밤잠 안자고 6년2개월 동안 철야기도를 드렸습니다. 밤 11시30분에 교회에 나와 오전 9시30분까지 기도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1시에 또 골방에 들어가 두 시간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전도를 다녔습니다.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지요. 워낙 몸이 약한 데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디스크로 30년 넘게 고생했습니다. 간염에 고혈압, 심근경색에 기관지도 좋지 않았고, 위궤양도 겹쳤습니다. 30년 가까이 당뇨를 앓았고요. 그런데 한번도 병을 고쳐달라는 기도는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질병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고난이 축복임을 깨달았습니다.”
-목사님은 한의사 경력도 갖고 계신데요. 어떻게 목회자가 되셨습니까?
“8년간 한의사로 일했습니다. 4년은 지방에서 개업도 했고, 4년은 아버지 밑에서 부원장으로 일했습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부모님에게 6만원을 받아 지금의 경기도 파주시에 한의원을 개원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을 많이 치료했습니다. 원래 제가 받은 소명은 목회자였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려 했는데, 입학원서 접수 마지막 날 마음이 변해서 한의학과에 진학한 것입니다. 결국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한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밤엔 철야기도, 낮엔 성경읽고 전도하고, 그게 전부인 제 삶이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시는 성경 구절이 있으십니까?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병이 있고, 실패해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 좋게 됩니다. 시련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따릅니다. 살면서 그러한 기쁨을 배우게 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리더십은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고, 대중이 인정하는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정받을 만큼 살아야 합니다. 삶이 곧 리더십을 창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르고 깨끗하게 살아야 합니다. 리더십이 인정받아야 자신에게 맡겨진 일도 잘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참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일류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일류의 삶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조금 낮은 직업을 선택해도 그곳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개발해 직장을 일으킨다면 그 삶이 바로 일류입니다. 이를 위해선 창조적 사고로 무장되어야 합니다. 또 세속문화의 탁류에 휩쓸리지 않아야 합니다. 저 역시도 좋은 조건의 미국 유학 제안을 거절하고, 어렵게 목회의 길을 선택해 고달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한 목회자입니다. 어려운 현실을 피하지 말고 창조적 사고로 밀고 나가십시오. 도전하십시오. 어려운 일, 좋은 일 막론하고 현실에 뛰어들어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예수의 정신으로 무장하면 할 수 있습니다.”
-새해 신앙생활의 중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영성입니다. 영성을 갖추면 성실 근면 정직 청빈 등 상위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구름 너머의 밝은 하늘(雲外蒼天)을 기대하십시오. 희망을 잃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호시탐탐(虎視耽耽) 기회를 노리십시오. 기회를 집으면 매진해야 합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