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임박] 親朴 당황… 예상 밖 일격에 혼란
입력 2010-01-08 00:11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주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반대 발언이 예상된 수순이라고 말하면서도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미 수차례 원안고수 언급을 해온 만큼 번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의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쐐기를 박는 듯한 모양새에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박 전 대표가 이미 밝힌 입장이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수정안이 나온 뒤 진정성을 갖고 설득하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식 언급이다.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표와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되는 아쉬움과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가 교차된다.
한나라당 친이계 쪽도 시기적으로 예상치 못한 박 전 대표의 선제공격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친박계와 세종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은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과 앞으로도 대화 여지는 남아 있다는 낙관론이 엇갈렸다. 또 앞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당내 친이·친박 간 충돌이 어느 정도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된 뒤 여론이 바뀔 것을 의식해 미리 쐐기를 박기 위해 작심하고 발언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을 그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아주 강하게 수정안을 반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늘 하던 말을 다시 한 것 같다”면서 “아마 충청권의 공감대를 더 받아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친이계 초선 의원은 “원칙을 지키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상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겠지만 향후 대화 여지를 없앤 것은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래도 발언을 잘 뜯어보면 박 전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고 해석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