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임박] 박근혜 ‘수정불가 대못’ 파장… 속도내던 수정안 급제동, 親李·親朴 사활건 결투

입력 2010-01-08 00:10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불가(不可)’라는 대못을 박았다.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당론으로 정해도 반대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를 불과 나흘 앞두고 나온 초강수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을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박 전 대표는 7일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세종시) 원안이 배제된 어떤 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기존 ‘원안 플러스 알파’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의 이 한마디로 세종시 수정 불가피론을 주창해온 친이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럼 박 전 대표는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사실상 ‘협상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안 유지라는 선수를 친 셈”이라며 “수정안에 행정부처 이전이 포함되지 않는 한 이 문제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당론을 언급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당내에서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이 억지로 당론을 바꿀 경우 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국회 표결 과정에서는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민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똘똘 뭉칠 경우 정부의 세종시 수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친박 의원 대부분이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의지를 이해하고 찬성하고 있다”며 “수정안이 나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찬박 의원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친박계 내부에서도 세종시로 촉발된 내홍이 ‘분당’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 문제를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차기 대권을 놓고 보면 이번 싸움이 결코 해롭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원칙과 신뢰를 끝까지 지켰다는 이미지 외에도 ‘충청권 지킴이’ 역할에서 가져올 수 있는 과실(果實)이 적지 않다는 계산에서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