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新3K 일본

입력 2010-01-07 18:46

요즘 젊은이들은 3D 업종을 기피한다. 3D란 힘들다 위험하다 더럽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모두 ‘d’로 시작된 데서 비롯됐다. 열악한 환경의 일터를 피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게다.

문제는 최근 청년실업자가 늘고 있는데도 상당수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구직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본 젊은이들의 태도도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 3D 대신 같은 뜻의 일본어 kitsui(きつい), kiken(危險), kitanai(汚い)의 영문표기 머리글자를 따서 3K라고 부를 뿐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을 전후해 일본의 주요 신문 지면에 신(新)3K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경기(景氣·keiki), 기지(基地·kichi), 헌금(獻金·kenkin)을 가리킨다. 지난해 8월 사실상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이 이후의 국정 수행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비아냥대는 것이다.

우선, 경기는 일본 경제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일본 경제는 그런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되레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말았다.

기지 문제는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미·일 동맹관계가 삐거덕거리고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중시 외교를 펴왔던 이전의 자민당 등 보수 세력의 비판을 위시하여 민주당 정권의 외교 역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헌금은 불법 정치자금을 뜻하는데 경기·기지의 K보다 훨씬 심각한 내용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집권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신선한 이미지가 훼손되면 개혁 드라이브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하토야마 총리는 신고되지 않은 정치자금을 뒤늦게 해명하고 증여세를 물었는가 하면 오자와 간사장은 출처가 불분명한 정치자금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오자와 간사장을 직접 조사할 태세다.

신3K는 뒤숭숭한 일본 사회의 현재를 상징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이지만 우리의 걱정도 크다.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이 얼굴을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국이 다시 한 번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상생의 틀로 묶어내는 데 신3K 일본은 적잖은 걸림돌인 셈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