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권익위원장 인터뷰 뒷 이야기… “재미있다” “보람 느낀다” 부패척결 강조 땐 목소리 높여
입력 2010-01-07 18:43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7일 인터뷰 말미에 폭설 얘기를 꺼냈다.
이 위원장은 “지난겨울 중국 베이징에 체류하고 있을 때 눈이 많이 왔었다. 그래서 내가 베이징 기숙사 앞에 가득 쌓인 눈을 치웠더니 그게 지역사회에서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폭설을 보고 눈을 직접 치워볼까 했는데 ‘정치 쇼’로 비칠까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겐 ‘이명박 정부의 2인자’ ‘실세’라는 표현이 붙어 다닌다. 그에겐 이런 꼬리표가 눈을 치우는 것도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반부패’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다. “반부패·청렴이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그의 연설에서 빠진 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와 그의 반부패 정책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국정 지지도의 상승세를 만들어갔다.
정치 얘기를 안 물을 수 없었다. 그는 나무에 빗대 아직은 때가 아님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과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요새는 국무회의 때 늘 뵙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지난 권익위 업무보고 때 공직자 비리를 없애겠다고 보고했더니 이 대통령이 별 말 없으셨다. 반대를 하지 않았으니 그건 열심히 하라는 추인 아닌가”라며 은연중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재미있다”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반복했다. 현장방문 얘기를 할 때는 신이 났고, 공직부패 척결을 강조할 때는 목소리 톤이 높았다. “취임 초기에는 공직사회에 충격을 주려고 일부러 세게 나갔다”고도 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권익위는 많이 바빠졌다. 869건의 민원을 접수해 661건을 상담을 통해 해결했다. 뿌리 깊은 고질적인 분쟁에 대해선 직접 현장을 찾아가 조정하는 ‘현장조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속초비행장 인근 고도제한 완화를 이끌어내며 주민들의 48년 묵은 숙원을 해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재오의 힘’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안 되는 일을 되게 한 게 아니라 법과 제도 안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직접 권익위 종합상담센터에서 방문자를 대상으로 민원상담을 했다. 그의 100일은 여전히 바빴다.
정리=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