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장군에 터지고,묶이고… 한파 피해 속출

입력 2010-01-07 18:35


보일러·수도관 동파 급증… 식수도 끊겨

지하철 고장에 연착 예사


서울 공덕동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사는 회사원 전모(30)씨는 7일도 찬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다. 살갗을 도려내는 듯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지난 5일 한파로 보일러가 고장 난 탓이다. 새벽같이 출근해 오후 10시를 넘겨서야 집에 돌아오는 전씨에게 수리공을 부를 여유는 없었다.

지난 4일 폭설 이후 연일 몰아치는 강추위로 시민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하루 150여건에 머물던 동파 신고가 6일 370건으로 급증했다. 기온이 영하 30도 가까이 곤두박질한 강원도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춘천 철원 양구 등 산골마을 28곳에서 간이 상수도가 얼어붙는 바람에 식수가 끊겼다. 소방당국은 지난 1일부터 지금까지 식수 191t을 긴급 지원했다.

지하철 출입문이 고장 나는 일도 빈발했다. 7일 오전 6시50분과 55분쯤 서울 구로역으로 진입한 지하철 1호선 용산행 급행열차 2대의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승객들이 모두 내려야 했다. 오전 7시40분쯤 동인천역에서 출입문 고장으로 승객을 모두 하차시킨 용산행 급행열차는 아예 차량기지로 돌아갔다. 코레일 관계자는 “추운 날씨 탓에 출입문이 얼어 고장이 났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조모(62)씨는 차가 얼어붙어 한동안 꼼짝할 수 없었다. 조씨는 “폭설 이후 추운 날씨에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보험사 직원을 매일 불렀다”며 “추울 때마다 차에 고장이 생겨 아침마다 난리를 치른다”고 했다.

‘시베리아’로 변한 강원 지역에서는 운행 사고가 속출했다. 영월 김삿갓면 주문리 등 일부 산간 오지에서는 시내버스가 빙판에 미끄러졌다. 인제∼고성 미시령 옛길은 닷새째 전면 통제됐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무장한 몸을 더욱 움츠렸다. 이날 오전 8시쯤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가던 대학생 박주원(22)씨는 서울 모진동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을 나오면서 “아침부터 너무 추워 내복에 스노보드복까지 껴입고 나왔는데도 너무 춥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한으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은 뚝 끊겼다. 상인들은 간이난로 곁에서 두 손을 비비며 좀처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서울 화양동 화양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성배(59)씨는 “강추위 때문에 손님이 줄어 며칠 동안 거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폭설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신북읍에서 비닐하우스로 오이를 재배하는 김모(47)씨는 “난방비가 두 배 이상 더 들어가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철원 갈말읍 삼성리 주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술병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터졌다. 동송읍에서는 얼음 덩어리로 변한 눈의 무게로 축사가 무너져 소 30여마리를 긴급히 대피시켰다.

강창욱 조국현 기자, 철원=변영주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