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조-10조원’ 넘었다

입력 2010-01-07 18:40


2009년 4분기 실적 전망치 매출 39조-영업익 3조7000억원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을 합친 연결기준으로 매출 136조5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100조-10조원’ 돌파 기록을 세운 것.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최악이었던 해에 오히려 더욱 강해져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최악의 해, 최고의 실적=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실적 전망치가 매출 39조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이라고 7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 97조500억원, 영업이익 7조2200억원에 4분기 잠정 실적을 합하면 연간 매출은 136조5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92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영업이익 11조7600억원으로 10조원 벽을 깼지만 당시엔 매출이 100조원에 못 미쳤고, 2008년엔 매출 100조원을 넘었으나 영업이익이 6조3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 금융위기 여파로 7400억원 적자를 냈으나 국내 대표기업다운 저력을 발휘, 1분기 만에 ‘V자형’ 반등에 성공했으며 이후에도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계속했다. 유리한 환율 환경 속에 고강도 비용 절감 노력을 펼쳤다. 해외 경쟁사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부문별 점유율을 높여 시장 회복기에 선두 업체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승자 독식 효과’도 누리게 됐다.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을 때는 4분기에는 부진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환율 효과가 사라지고 연말 성수기엔 마케팅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실적 전망치를 보면 매출은 39조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전 분기(4조2300억원)보다 12.5% 줄긴 했으나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 TV와 휴대전화 부문의 마케팅 비용 증가 속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강세가 4분기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1조1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15조원 전망=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올해도 삼성전자의 질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성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IT 수요 확대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 연간으로는 사상 최고치인 15조6000억원의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말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전략 제품에 대한 거래처와의 협상을 연말에 거의 끝냈는데 협상 결과를 보니 올해도 자신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위기에서 벗어난 삼성전자는 올해 모든 제품이 세계 전 지역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승자 독식 시대’를 호언한 것. 특히 최 사장은 “가전 부문이 천덕꾸러기였지만 계속 뻗어가고 있고 가장 어려웠던 미국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가전 분야에서 또 다른 신화를 예고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