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 국운 가른다-(6)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경제규모 걸맞게 국가 브랜드파워 업그레이드를…
입력 2010-01-07 18:29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 스트립 거리에 위치한 벨라지오 호텔. LG디스플레이는 이 호텔 로비에 특별 부스를 마련, 모니터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종잇장처럼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낸 기술에 감탄을 쏟아내는 관광객들에게 “LG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요”라고 물었다. 절반 이상이 “JAPAN(재팬)!” 또는 “US”라고 했다. “코리아”라고 정확히 대답한 사람 상당수는 국제가전쇼 ‘CES’에 참가하러 온 업계 사람들뿐이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 LG전자는 미국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씁쓸해했다.
◇기업브랜드는 훨훨, 국가브랜드는 엉금엉금=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와 세계 유력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19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보다 순위 높은 기업을 가진 국가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노키아의 핀란드까지 포함해 5개뿐이다.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을 보유한 나라도 스위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11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브랜드는 기업만 못하다. 국가브랜드는 특정 국가에 대한 호감도, 신뢰도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군사력, 경제력 같은 분야 대신 주로 국가의 품격, 이미지 등을 지칭한다. 우리 순위는 보통 세계 30위권 안팎이다. 지난해 12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19위를 차지했지만 브랜드위원회가 주체가 돼 조사한 결과라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다소 어렵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왜?=브랜드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가 낮은 이유로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공적개발원조(ODA)규모가 너무 적고 기후변화나 평화유지활동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역할이 부족하다는 것을 꼽았다. 글로벌 시민의식도 미흡하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법보다는 떼(물리력)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태도가 국가브랜드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정부와 정치 부문 후진성도 국가브랜드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또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야반도주한다든지 간간이 들려오는 관광지에서의 추태 사건 등이 우리 국가 이미지를 해친다.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주변국과 차별화되는 문화, 관광자원이 부족한 점도 브랜드 가치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낮은 국가 브랜드로 입는 손해는 어마어마하다. 코트라가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만든 A 상품 값이 100달러일 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졌다면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느냐’고 설문조사한 결과 독일산 제품은 149.4달러 낼 수 있다고 답했다. ‘독일=튼튼하고 좋은 제품’이란 국가 브랜드 덕분에 1.5배 값을 받는 것이다. 브랜드위원회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5%만 줄여도 국내 1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이익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가 브랜드 제고 방안=한 국가의 모든 부분이 녹아있는 국가 브랜드를 단기간에 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미국이 좋은 예다.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NBI) 순위에서 2008년 7위였던 미국 브랜드는 지난해 1위로 수직 상승했다. 상위권 국가들 순위가 거의 고정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NBI지수 창안자 사이먼 안홀트는 “미국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한 미국 유권자들의 공”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상호주의에 기반한 외교정책과 적극적으로 국제 사회의 임무를 떠맡는 모습이 브랜드 가치를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우리 브랜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열리는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는 국가 브랜드를 극대화할 절호의 기회다.
유명 인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트라는 지난해 12월 아시아인 최초로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선수와 협의, 그를 한국 상품 인식을 높이는 해외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 거래 시 골프가 주요 화제로 거론되는 점에서 적절한 인물 선택이란 평가다.
또 삼성경제연구소의 개별 부문 브랜드 순위에서 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정부효율성과 인프라, 매너, 기초질서 준수 등 글로벌 시민의식 등을 나타내는 국민 분야를 끌어올리는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우리나라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격을 높여야 한다”며 “국민 모두가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 대사라는 마음을 갖고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친절한 미소 짓기와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치면 미안하다고 인사하기 같은 작은 실천만 해도 국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