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혹평 성숙하게 받아들이자
입력 2010-01-07 18:07
오늘날 도시는 글로벌경쟁의 중심이다. 도시 간 경쟁이 바로 국가 간 경쟁이다. 뉴욕 도쿄 런던 서울 등 세계 40여개 주요 도시의 경제력은 전 세계 경제력의 70%를 점한다. 나라마다 도시 경쟁력 키우기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도시의 트렌드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다. 즉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도시 브랜드 파워에서 최상위권인 파리 런던 도쿄 뉴욕 홍콩 등은 모두 컬처노믹스를 통해 도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 취임 이래 컬처노믹스를 키워드로 도시 매력 끌어올리기에 매진해 왔다. 글로벌 디자인 수도를 표방하며 서울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을 만들고,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동대문디자인파크, 광화문광장 조성 등의 사업을 펼치는 한편 문화 폭탄이라 할 정도로 많은 전시회와 공연을 개최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서울 호감도는 여전히 낮은 것 같다. 최근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출판사인 ‘론리 플래닛’이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들에 포함시킨 것이 한 예다. 이 출판사는 지난해 10월 네티즌과 여행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계 최악의 도시 9곳을 선정하면서 서울을 3위로 꼽았다. 그 이유는 서울이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영혼도 마음도 없는 지겨운 단조로움이 사람들을 알코올중독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청난 혹평이다. 서울시가 대응에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바람직하다. 내국인이 봐도 서울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으로 몸살 앓는 도시, 콘크리트 아파트로만 채워져가는 볼품없는 도시, 분주함과 경쟁만 있고 여유와 감성이 없는 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슬로건과 인프라만으로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와 전통, 역사가 살아 숨쉬는 토대위에 창의적 분위기와 인문적 콘텐츠가 넘쳐 흘러야 매력 있는 세계 도시가 될 수 있다. 서울을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