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갈등 조정자 되려면… 치우침 없는 현명함 솔로몬의 지혜 절실

입력 2010-01-07 20:35


새해 벽두부터 기독교인의 ‘화목하게 하는 직분’(고후 5:18)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용산 참사 협상 중재에서 종교계가 주목받은 데 이어 5일 고건 사회통합위원장이 기독교 대표들을 만나 사회 갈등 해결의 조력자 역할을 당부했다. 기독교인이 왜 사회적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봤다.

◇중재 역할, 왜 종교계인가=지난해 말 용산 참사 협상 타결과정을 보면 종교계가 왜 갈등조정자로서 적합한지 알 수 있다. 한국교회봉사단 김종생 사무처장을 비롯한 종교계 3인이 용산 유족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들 편에서 투쟁해온 종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서울시와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인명진 목사 등 정부와 중재단을 연결해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황필규 정의평화국장은 “종교계는 사회 전반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양쪽 당사자 사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독교평화센터 오상열 소장은 또 “갈등 당사자들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내면의 인간적 욕구나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종교인들은 이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재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재에서 가장 중요한,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입장이 종교계의 강점이다.

◇한국 교계가 나서야=성경에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풀라는 권고가 여러 차례 나온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8:18)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예물을 드리라”(마 5:24) 등이다.

알고 보면 한국 교계에도 갈등조정 전문가들이 있다. 2001년 발족한 한국애나뱁티스트센터는 법무부의 ‘회복적 정의’를 위한 갈등조정자 양성에 기여해 왔고, 2002년 설립된 한국피스메이커는 화해중재 전문가를 배출해 왔다. 2008년 한국기독교화해중재센터가 문을 열었고 같은 해 활동을 시작한 기독교평화센터는 교회와 교단에서 갈등조정 방법을 교육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비폭력평화물결’ ‘개척자들’ 등도 적극적인 평화 건설, 즉 갈등 해결 방법을 연구해 왔다. 해외에서 ‘갈등전환학’ ‘갈등해결학’ 등을 공부하고 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대부분 교회 내 갈등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한국피스메이커 이사장 이철 목사는 “한국 교계가 그동안 사회에서 갈등 중재 역할을 요청받을 만큼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사회 갈등에 관심을 가지면 ‘분쟁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갈등조정자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 ‘갈등전환학’ 석사인 한국애나뱁티스트센터 이재영 간사는 “신학대들부터 갈등조정 수업을 도입할 필요가 있고, 각 교회와 교단이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갈등해결 교육을 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