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 시즌제 “제목만 같아요”… ‘패밀리가 떴다’ ‘절친노트’ 등 진행자·내용은 바꿔서 제작

입력 2010-01-07 18:17


SBS는 5일 간판 주말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 이효리가 하차하고 시즌2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밝혔다. KBS ‘미녀들의 수다 시즌2’ SBS ‘절친노트 시즌3’ 등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과 진행자가 바뀐 후속 프로그램이 이전 프로그램과 연속성을 찾을 수 없어서 한국형 ‘시즌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통상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된 시즌제는 전작과 비슷한 포맷을 유지하고, 일정 분량을 미리 촬영해 정해진 기간에 방영되는 방식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아메리칸 아이돌’류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같은 형식을 유지한 채 출연진만 바꾸는 방식으로 인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제목만 그대로고 내용은 전혀 달라서 ‘시즌제’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KBS ‘해피투게더’의 시즌3를 맡았던 김광수 피디는 “한국에서 ‘시즌제’는 프로그램 브랜드 가치를 가져가기 위한 장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용을 바꾸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면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존 인기 있는 프로그램 이름을 그대로 갖고 가면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쉽다”고 말했다. ‘해피투게더’는 시즌1에서 쟁반노래방에서 시작해 친구찾기(시즌2)를 거쳐 현재는 사우나 노래방 형식이다. 결국 진행자가 유재석인 점 외에는 시즌 간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2월 ‘절친노트’는 진행자와 내용을 모두 교체하고 시즌3로 돌입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연예인을 화해시키는 시즌1에 비하면 친한 연예인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토크를 표방하는 시즌3는 전작과 공통분모가 없다. 담당 작가 최대웅씨도 “이름을 바꾸고 나오기에는 그동안 프로그램이 쌓아온 인지도와 명성이 아깝기 때문에 시즌이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말했다.

‘시즌제’를 활용한 무분별한 작명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명성을 깎아 먹을 수 있다. SBS ‘야심만만’ ‘헤이헤이헤이’ KBS ‘상상플러스’는 ‘시즌’의 이름을 달고 프로그램을 지속시키려다 초기 흥행 성적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야심만만’과

‘헤이헤이헤이’는 폐지됐으며 ‘상상플러스’는 취지가 왜곡됐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출발 드림팀’의 ‘시즌2’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한 예능국 피디는 “드림팀은 버라이어티 중에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오늘 또 틀고 있으니 사람들이 식상해서 보지 않는다. 그냥 전설로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시즌제’ 이름으로 다시 틀어서 오히려 옛 명성을 흠집 낸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미수다’는 ‘루저 발언’으로 사고를 친 후 이를 ‘시즌2’라고 살짝 바꿔서 다시 이어가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시즌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