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외규장각 도서 반환’ 기각 소식 접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약탈당한 유산 끝까지 되찾을 것”

입력 2010-01-07 17:44


“이번 판결은 1993년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결정을 프랑스가 배신한 것입니다.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항소 등 끝까지 밀어붙일 계획입니다.”



외규장각 도서의 국내 반환 소송이 프랑스 법원에서 지난해 말 기각됐다는 소식을 접한 황평우(50)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7일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화연대는 2007년 약탈 물건을 정부 재산으로 편입하는 프랑스의 관련 법령이 잘못됐다며 외규장각 반환 소송을 제기했었다.

황 위원장은 “프랑스 법원이 지난달 4일 첫 심리가 열린 뒤 불과 20여일 만에 속전속결로 판결한 것은 한국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열망을 연말연시에 희석하려는 계략”이라면서 “이달 말 판결 원문을 받아 보는 대로 법률단과 함께 항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법원은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국유재산이므로 취득 상황이나 조건은 국가재산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이는 나아가 프랑스가 140여년간 보유한 사실에서도 반증된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패전해 도망치던 프랑스 군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인데도 ‘국유재산은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프랑스가 140여년간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100년 이상 중국사서로 분류한 사실로도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황 위원장은 또 병인양요가 일어난 1866년 국제규범(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파리 협약 등)이 완전히 성립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결에 대해서도 “문화재 약탈 등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특수 분야에서는 이전의 사실에 대해서도 국제규범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규장각은 국가 서적을 안전하게 관리할 목적으로 1782년 인천 강화도에 세운 왕립 도서관으로, 의궤(儀軌·왕실이나 국가의 행사를 기록한 책) 등 6000여권의 서적을 보관했으나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의궤 297권 등은 약탈하고 나머지는 불태웠다. 정부는 이번 소송과 관계없이 약탈 도서를 장기 임대하는 외교 협상을 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나 프랑스가 약탈해간 유물은 국가비상사태용으로 보관하고 있던 은궤 수천량과 각종 자료가 340여종에 달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협상을 위해 전문가 확보와 전담부서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억8000만원이나 되는 소송 비용에 대해 그는 “국민 모금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글=이광형 선임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