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안밝혔나,못밝혔나… 지연·학연 ‘묻지마 패밀리’ 군의회도 뒷짐
입력 2010-01-07 18:01
100명 넘는 공무원이 몇 년째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감시는 왜 이뤄지지 않았을까?
홍성군청 비리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의문이다. 홍성군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지방자치단체 간 인사 교류가 없다는 게 첫째 원인이다. 윤대진 홍성지청 부장검사는 “홍성군청을 보면 9급부터 간부까지 인근 시·군과도 인사 교류를 안 한다”며 “그러다 보니 군청이 고향과 학연으로 똘똘 뭉친 한 가족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군청에 들어오면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는 게 상식처럼 돼 있다. 홍성군청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군 전체 공무원의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공무원들은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이다. 내부 고발이 있을 리 없고 외부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해도 덮고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홍성군 출신 서중철 충남도의원은 “도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인사 교류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군의회의 감시 부재를 꼽는 사람도 많다. 홍성군의원 10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버스공영터미널 이전과 관련해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지난달 유죄 확정 판결에 의해 군수직에서 물러난 이종건 전 홍성군수 역시 한나라당이다.
군수와 지방의원, 공무원 사이의 사적 네트워크도 문제가 된다. 김오열 홍성YMCA 사무총장은 “군수가 도의원 출신이라 의원들과 두루 친하고, 군의원 중에는 군청 공무원 출신도 많다”며 “군청과 군의회가 서로 한몸처럼 얽혀 있어 군청에 대한 군의회의 감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군청 감사실은 그동안 뭐했냐는 비판도 있다. 이희만 감사계장은 “서류만 갖고 감사하는데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기 때문에 누가 해도 비리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내부 고발이 활성화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부 감사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