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맞아 서울의 점집을 둘러봤더니

입력 2010-01-07 16:01


“지금 사귀는 남자랑 결혼해야 하나? 사업이 언제쯤 잘될까? 몇 달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는데 이혼을 해야 할까요?”

올 초 서울 강남의 K점(占)집에서 잠깐 본 ‘처방록’의 갖가지 문의사항들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금전·건강·애정·진로 등 인간사 애환이 깃들 만한 것은 거의 들어 있다. 이 K점집 주인 이모(48)씨는 “기독교인도 똑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생년월일을 근거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토정비결을 보거나 사주팔자와 점을 본다. 한국역술인협회 등 관련 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술 시장 규모는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대로 보고 있다.

게다가 과거 골목이나 집에서 볼 수 있었던 각종 역술업소는 최근 경기 불황과 실업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카페와 미용실, 인터넷, 휴대폰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전화번호부에 따르면 2009년 전화번호부 상호편에 수록된 점집을 조사한 결과, 2007년에 비해 10% 늘어난 2237개소에 달했다. 각종 문화센터에는 역술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독교인들도 점집에 드나든다는 것이다. 새해 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을 기웃거리고 자식 이름을 지으러 가거나 결혼 상대자와의 궁합을 보는 크리스천이 적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다. 각종 광고지에는 ‘기독교인 비밀 절대 보장, ○○철학관(사주 관상 등)’이란 글귀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결혼식장 예약실의 달력에는 ‘손 없는 날’ ‘액이 끼지 않는 날’ 등 무속 신앙적인 요소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하지만 성경은 점술에 의한 미래 예측 등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성경은 “복술자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을 너희 중에 용납하지 말라”(신 18:10∼11)고 가르치고 있다.

박정세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점집을 찾는 기독교인이 적지 않은 것은 교회 내 기복주의 등 무속적인 요소를 걸러내지 못한 탓”이라며 “성경은 길흉화복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연말연시를 맞아 크리스천들은 점집이 아닌 성경 말씀과 기도를 통해 계획을 정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