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종신 직원

입력 2010-01-06 18:52

몇 년 전 사회 전반에 조기 퇴직 광풍이 불어 중·장년층 실업이 사회 문제화됐던 시절, 한 인터넷 교육업체가 100세 정년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사규에 ‘정년을 만 100세로 정하고 정년에 도달한 월에 퇴직한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100세가 넘어 퇴직한 후에도 10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촉탁으로 일할 수 있는 규정도 뒀다.

너무 파격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뉴스는 인구에 꽤 회자됐다. 특히 ‘삼팔선’이니‘사오정’이니 하는 용어의 틈바구니에서 40세만 넘어도 퇴직을 걱정하던 세대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에도 몇몇 기업이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등 ‘선구적’ 행보를 보였지만 반짝 흐름에 그쳤고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55세 정년 조항을 붙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신 고용을 꾸준히 실천하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 한류 관광지로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남이섬㈜ 이야기다. 이 회사는 지난 4일 33년째 여객선을 운항하는 75세의 직원을 올해의 종신 직원으로 선정했다. 종신 직원은 80세까지 근무한 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사망할 때까지 매월 8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사실상 평생 고용이다. 물론 모든 종사자가 종신 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1차 정년은 55세지만 부지런함과 정직성을 인정받으면 종신 직원으로 뽑힌다.

홍보성 이벤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선발된 종신 직원 외에도 5명의 종신 직원이 현재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설명도 훈훈하다. 강우현 대표는 “평생을 봉직한 직원에 대한 회사의 보답은 당연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이 제도를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기업이 잘못될 리 없다. 남이섬의 경우 7∼8년 전만 해도 경영난에 허덕였으나 이제는 모두가 알아주는 알짜 기업이 됐다.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의 입장객수가 매년 180만명을 웃돌고 그 중 20만명은 외국인이다. 남이섬의 놀라운 성공뒤엔 남다른 노사관계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기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정년이 아예 없거나 65세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다. 경험많고 숙련된 근로 인력의 조기 퇴직이 불러올 손실과 부작용이 너무 큰 탓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년 연장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민간 기업의 정년 연장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의 대승적 자세와 결단이 필요하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