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예보능력이 雪亂 막는다… 얼어붙어 안열리는 전동차 출입문에 열선 설치키로

입력 2010-01-06 21:10


서울 등 중부 지방을 강타한 폭설의 여파는 6일 사흘째 제설 작업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재해가 재발할 경우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혼란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어 불안감은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현실을 고려해 초단기 기상예보 능력을 키우고, 새로운 재난 대응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이변에 맞는 대응 체제 마련 시급=기상청은 이번 폭설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학계는 기상청의 12시간 혹은 24시간 단위 초단기 예보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초단기 예보를 위한 연구인력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기상학회 총무이사인 서명석 공주대 교수는 “초단기 예보는 맞고 틀리고가 분명하고 오보에 대한 비판이 즉각 이뤄져 기상청 직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관리 대응 매뉴얼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몇 년간 기상 데이터를 이용해 예상치를 세우는 방식으로는 기상이변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정책자문위원장인 서울산업대 김찬오 교수는 “지금처럼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대응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중장비 등 민간이 지닌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실의 통합, 상시 모니터링,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재난 상황실에서 기상이변은 물론 선거·공사·공연 등 교통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다. 강남대 도시공학과 김근영 교수는 “서울시에도 재난 상황실이 있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담당 부서가 나뉘어 있다”며 “그래서 이번 폭설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고장 개선 및 도로 제설 대책=폭설 기간 동안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폭설과 강추위로 전동차 출입문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4일 이후 출입문 고장 사고는 136건에 달했다. 코레일은 전동차 출입문에 열선을 설치할 계획이다. 주요 도로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데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제설 작업을 위해 막대한 양의 염화칼슘과 소금이 도로에 뿌려진 것도 후유증이 우려된다. 폭설 이후 서울시내 도로에 사용된 염화칼슘은 2만4084t, 소금은 5436t이다. 염화칼슘과 소금은 토양의 염분 함유량을 높여 가로수와 식물의 수명을 줄인다. 교량이나 도로의 구조물과 차량도 부식시킨다.

◇폭설이 남긴 기록들=서울에는 신적설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1937년 이래 최대인 25.8㎝의 눈이 내렸다. 인천에 22.3㎝, 경기도 파주에는 20.2㎝가 내려 각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눈이 쌓였다.

1월 적설량 기준으로는 인천과 파주 모두 역대 최고다. 4∼5일 서울시내 제설 작업에 동원된 인원은 민·관·군 합쳐 9만8353명, 동원된 장비는 3783대였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