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한파에 방문객 ‘뚝’… 놀이공원 ‘울상’

입력 2010-01-06 21:11

서울 응암동에 사는 자영업자 권희대(45)씨는 지난 4일 두 딸에게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 데려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폭설 탓이었다. 눈에 파묻힌 세상은 설원을 방불케 했다. 약속을 중시하는 권씨였지만 차도와 인도를 구분할 수 없는 도로를 눈보라까지 뚫고 운전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최근 폭설과 한파로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번 겨울이 근래 들어 가장 추운 겨울로 꼽히는 데다 유례 없는 ‘눈폭탄’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1.2도로 평년(1971∼2000년)보다 0.3도 낮았다. 지난달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은 열흘로 지난 20년간의 겨울철 평균 6.3일을 이미 추월했다.

겨울에는 단체로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 예약이 한두 건 취소돼도 방문객은 크게 감소한다. 서울랜드는 1월 첫째주 월요일 기준으로 눈이 내리지 않은 지난해에는 6000명가량 방문했지만 올해는 1000명도 채우지 못했다. 입구에서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으로 운행하는 ‘코끼리열차’는 눈으로 뒤덮여 꼼짝하지 못했다.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는 지난 4일 방문객이 약 6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의 9500여명보다 30% 정도 줄었다. 롯데월드는 실내 공원이어서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폭설로 도로 사정이 악화돼 방문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겨울은 동물원들이 말 못할 고민에 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 할 동물들이 따뜻한 구석으로 숨는 탓이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은 올해 열대동물들이 밖에 나와 있도록 동물원 바닥에 열선과 온돌을 깔고 온열기도 설치했다. 하지만 지금 동물들은 눈 때문에 숨어 있다.

공원과 동물원은 지방으로 갈수록 규모가 작은 만큼 날씨에 민감하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 관계자는 “난방비가 더 들고 손님은 야외에서 관람해야 돼 이래저래 부담이 많다”고 했다. 다른 공원 관계자는 “1년 내내 운영하는데 천재지변 상황을 어찌 할 수 있느냐”며 “그냥 피해를 감수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김호석 인턴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