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원·달러 환율 급락 배후는 ‘역외세력’?

입력 2010-01-06 18:32


연초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새해 첫 외환거래가 이뤄진 지난 4일 이후 사흘간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환율 급락은 원화의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원화 몸값이 높아지는 것은 올해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취약한 원화에 대한 역외 투기세력의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 원인=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10원 내린 1136.4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연말 1164.50원에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사흘 만에 28.10원이나 내린 셈이다.

당초 정부와 시장의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00원대에서 수렴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연초 예상을 벗어난 하락 속도에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수급요인이라기보다는 역외세력의 베팅(수익을 위한 승부수)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역외세력이란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에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차익을 노리고 투자금을 굴리는 외국인 투자자를 말한다.

이날 환율 움직임도 당국의 개입 의지와 역외세력 간 팽팽한 접전의 연속이었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의 평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장 초반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하면서 환율이 상승했지만 역외의 달러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밀렸다”고 설명했다.

◇환율 불안 언제까지 지속되나=연초에 외환시장에서 불붙은 역외세력과 외환당국 간 신경전은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끈 역외세력의 자금 유입 자체가 올해 우리 정부의 환율 지지선을 테스트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에서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연초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강세를 보이는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우리 원화가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역외세력들이 외환시장에서 한 해 농사를 앞두고 연초 과감한 베팅을 통해 초반에 많이 벌어둘 필요가 있다는 투기심리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역외세력의 환율 지지선 테스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섣부른 언급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용인하더라고 급격한 변동은 막겠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