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는 고국에서” 逆이민 12년만에 최고
입력 2010-01-06 21:32
“살 데가 못되니까 돌아왔지.”
6일 오전 서울 수송동 외교통상부 여권과. 영주귀국(역이민) 신고를 하기 위해 온 최모(87) 할머니는 담당 공무원이 한국에 되돌아온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 할머니는 십수년 전 미국으로 이민간 아들 초청으로 고국을 떠났다. 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고향(강원도 춘천) 산천이 그리워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최 할머니는 지난해 말 귀국을 결심했다.
박모(48)씨는 가족 모두가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박씨는 초등학생 두 딸에게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2002년 캐나다로 이민갔다. 7년이 지나 장녀는 캐나다 대학에 진학했고, 차녀는 한국 대학에 가길 희망하고 있다. 더 이상 캐나다에 머물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처럼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가 다시 고국으로 ‘유턴’하는 역이민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역이민자의 증가는 1970∼80년대 해외로 떠났던 이민 1세대들이 노후를 고국에서 보내려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주 요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이 향상되고, 경제성장도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비롯한 기회가 다양하고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교부의 ‘영주귀국 신고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역이민자는 4301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3763명보다 14.3% 늘어난 수치로 97년 4895명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역이민자는 80년대 이후 꾸준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통계는 96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했다. 96년 5436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점차 하강곡선을 그리다 2005년(2800명)을 기점으로 매년 10%씩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영주귀국 신고자를 사유별로 보면 노령이 875명(20.3%)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에 취업하기 위해서가 732명(17.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주귀국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역이민자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