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에 이용되는 예멘 소년병… 허리띠 찰 나이면 전투에 동원 매년 500여명 영문 모른채 전사
입력 2010-01-06 21:30
아홉살짜리 소년 아크람은 예멘 북부 사다의 동네 길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폭탄 뇌관 수십개가 든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아크람을 아버지와 함께 수도 사나로 이송했다. 예멘 정부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9세 자살폭탄 소년, 사다에서 체포되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엔 ‘테러와 파괴공작에 어린이를 동원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초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족들 간 내전이 끊이지 않는 예멘에선 소년들이 허리띠를 찰 나이만 되면 전투에 동원된다고 알자지라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인구 2500만명에 총기 6000만정을 보유한 예멘엔 수천명의 소년병이 있다. 이들 가운데 500∼600명이 매년 전사한다고 현지 인권단체들은 전했다. 심지어 정부 측 군대에도 소년병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이 TV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다음날, 사다의 아크람 집에 폭탄이 터졌다. 그의 동생이 얼굴과 가슴에 큰 부상을 입었다. 정부는 “사다 지역 후치족의 보복”이라고 밝혔다.
아크람의 아버지는 급히 알자지라 기자와 만나 “내 아들은 자살테러범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촌이 아크람에게 철사가 든 가방을 전달하라고 시켰고, 심부름 가다가 경찰에 잡혔을 뿐”이라면서 “가방에 뇌관 30개가 있긴 했지만 폭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위험한 심부름을 시킨 사촌이나, 거짓말을 시킨 정부나 똑같다. 모두 우리를 이용했다”고 비난하면서 “사나에 있기도, 사다로 돌아가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대부분의 소년병들이 아크람처럼 ‘우연히’ 전쟁에 휘말리지만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아크람은 어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동생이 걱정돼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