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 국운 가른다-(5) 받는 나라서 주는 나라로] 유일한 ‘원조 성공’ 국가… 세계는 한국을 부른다

입력 2010-01-06 18:23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개도국 원조를 주도하는 선진국 클럽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식민지 경험을 한 국가로는 최초다. 따라서 오는 11월 신흥 경제국에서는 역시 처음 열리는 서울 G20 회의에서 한국은 개발 원조 논의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일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자 동시에 개도국 대표로서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셈이다. 그럼 국제 사회는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한국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DAC 가입 과정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DAC 가입의 숨은 조력자들=우리나라가 DAC에 가입하기까지 에크하르트 도이처 DAC 의장과 리처드 캐리 OECD 개발협력국장의 지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가입 당시 DAC의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공적개발원조(ODA)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이 0.09%로 기본 조건 0.2%에 크게 밑돌았다. 게다가 DAC 가입은 23개 회원국 만장일치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또 DAC 자체가 지난 10년간 문호를 개방하지도 않았다.

도이처 의장과 캐리 국장은 우리나라가 내년 원조효과 고위급위원회(HLF4)를 개최하는 데도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HLF4는 150여개 국가 정상 또는 장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원조 분야 최대 최고위급 회의다. 당초 한국은 개최 의사가 없었으나 도이처 의장과 캐리 국장이 강력히 권했다고 한다.

◇‘새로운 피’ 한국이 필요했다=DAC 의장과 OECD 국장이 한국을 DAC에 가입시키려 한 이유에 대해 오준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DAC는 현재 유럽과 미국 중심인 국제 원조 체제에서 탈피해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 역할로 우리에게 DAC 외연 확장의 선봉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독일 출신 도이처 의장은 세계은행에서 장기간 활동했던 국제원조 분야 권위자다. 뉴질랜드 국적인 캐리 국장도 같은 분야 전문가로 우리나라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화 과정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 정보화를 거쳐 빠르게 성장한 한국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개도국에 쏟아 부었던 천문학적 액수의 원조는 대부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동남아시아, 남미 일부에서 빈곤 탈출의 조짐이 싹트고 있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따라서 원조 정책에 있어 최대 화두는 효율성 제고다. 선진국들은 유일한 성공 케이스인 한국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이 직접 나서도록 무대를 마련해준 셈이다.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 됐나=우리나라에 주어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ODA 규모를 꾸준히 늘려 DAC 평균인 GNI 대비 0.3%까지는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0.25%로 늘리기로 국제사회에 공언한 상태다.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수다. 정부부처별로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는 ODA 집행 시스템 정비도 시급하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30여개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127개국에 무상 원조를 했다. 경제정의실천연대에 따르면 몽골 등의 정보화 교육에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여성부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가 한꺼번에 달려든 적도 있다.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원조 효과 없이 생색내기에 그치는 측면이 많았다. DAC는 한국에 대한 가입 심사를 할 때 이 부분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제개발협력 기본법(ODA 기본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던 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협력위)의 부처별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무상 원조는 외교부, 유상 원조는 기획재정부를 주관 기관으로 정했다. 타 부처들이 ODA를 하려면 이 두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외교부와 재정부로 이원화돼 있는 ODA 집행 체제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다수 선진국은 일원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부처 간 이견으로 조정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경실련 국제위원회 최수영 간사는 “궁극적으로 영국의 국제개발부와 같이 독립적으로 예산을 배정받아 원조 정책의 수립과 이행을 보장받는 기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면서 “현재 외교부와 재정부로 이원화시킨 법률은 두 부처 간 타협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