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직권개발 ‘보라매 테니스장’ 실태… 공군과학관 용도 매입후 ‘20년 방치’
입력 2010-01-06 21:42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인도네시아대사관 옆 보라매 테니스장. ‘3달 강습료 27만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등 일반 테니스 클럽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부지는 공공 목적에 쓰여야 할 국가 소유 땅이다. 1991년 국방부가 공군과학관을 건립하겠다며 국가 예산으로 매입했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테니스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방부가 예산 미확보 등을 이유로 박물관을 건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대신 월 3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민간인에게 빌려줘 연 4000만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원은 2008년 6월 유휴 행정재산 실태조사 결과 이 땅의 가치를 3811억원으로 추정했다. 수천억원의 부가가치가 있는 국가 재산이 한 해 수천만원의 수익을 내는 땅으로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감사원은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초 취득 목적과 다른 용도로 방치되고 있는 이 부지를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국가적으로 유용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지만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학관 건립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기까지 장병, 군무원 등을 위한 복지시설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업자 A씨는 “이용자는 대부분 회사원이고, 주말에만 가끔 군 관계자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치된 유휴 행정재산은 이곳뿐이 아니다. 외교통상부가 1979년부터 외빈 영접차량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부지는 민관복합건물로 건축하면 연평균 27억원의 임대료 수입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재정부는 보고 있다.
5만154㎡나 되는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 부지 역시 이번 유휴 행정재산 개발 계획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러한 유휴 행정재산 개발에 본격 착수해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재정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까지는 부처가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 등 여러 이유로 개발을 미룰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었지만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재정부가 직권으로 개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재정부는 또 지금까지 유휴 행정재산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문제도 개선, 올해부터 연 1회 정확한 현황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Key Word 유휴 행정재산
행정재산은 정부청사 등 국가가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5년 이내에 사용할 예정인 재산을 말한다. 그러나 행정재산을 보유한 부처가 이를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유휴 행정재산으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는 부처로부터 유휴 행정재산의 소유권을 빼앗아 개발이나 매각 등을 통해 국가 재정에 활용할 수 있다.
이성규 기자 , 김민정 대학생 인턴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