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눈 치우기 비지땀, 이웃 언 마음도 녹였다… 중장비까지 동원한 봉사에 주민 격려 쏟아져
입력 2010-01-06 18:31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교회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앞장서 지역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서울 도봉동 광염교회(조현삼 목사)는 5일과 6일, 교회 앞 도로를 비롯해 도봉동 63번지 일대 이면도로의 눈을 말끔히 치워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교회는 5일 오전부터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제설용 삽을 가지고 눈을 치웠고 오후에는 중장비를 이용해 한파로 단단해진 눈더미를 길가로 치웠다. 길가에 치운 눈은 다시 덤프트럭으로 모두 실어 날랐고 골목길은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교회는 7일까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인근 이면도로의 눈을 제거할 예정이다. 중장비는 적설량이 많아 제설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회 측에서 비용을 주고 아예 한나절 대여했다.
조현삼 목사는 “삽과 빗자루 등으로 수작업을 했으나 눈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며 “중장비를 이용하면서부터 효과적으로 제설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인근 도로의 눈까지 치우는 데 나선 것은 최근 눈으로 인해 이웃 간 갈등이 커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실제로 지난 4일 내린 눈으로 주택가 골목길과 상가지역에서는 자기 집과 가게 앞 눈을 치우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이로 인해 곳곳에서 시비가 잇따랐다.
조 목사는 “눈 때문에 이웃 간에 불화가 생겨선 안 되겠다 싶었다. 교회가 눈 치우기에 나서 평소 주차 문제 등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을 갚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염교회가 이날 쓴 비용은 중장비 대여료 50여만원이었다. 적은 금액으로 지역사회에서의 교회 역할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평소 봉사활동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주민 반응도 뜨거웠다. 거리를 지나는 주민들은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을 향해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주민 김보배(65·여)씨는 “미끄러질까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교회에서 골목길을 말끔히 치웠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처음 나왔다”며 “교회가 큰일을 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 주변 눈치우기는 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국교회희망연대(상임대표의장 이영훈 목사)는 이날 120개 회원교회에 이메일을 보내 ‘교회 주변 눈 치우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주 내내 새벽기도 이후 교회와 집 주변 골목길에 쌓인 눈을 교회가 나서서 치우기로 했다.
박원영(서울나들목교회) 사무총장은 “대부분 교회들이 교회당 앞의 눈만 치웠는데 인근 골목길까지 치우면 거리는 한결 깨끗해질 것”이라며 “아직 눈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와 성도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