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보기관 실책 용납못해”… “정보 있었는데도 테러대응 실패” 질책, 기관장 인사·업무 조정등 대수술 예고

입력 2010-01-06 18:1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성탄절 여객기 테러기도와 관련, 정보기관들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또 이번 테러기도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들의 실책으로 빚어진 것으로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90분 동안 정보·보안 관련 기관 수장 20명과 테러 관련 대책회의를 마친 뒤 TV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이번 사건은 정보 수집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정보기관들은 이번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던 다른 신호들을 놓쳤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테러기도가 좌절된 게 정보기관들의 테러 예방 시스템 작동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용감한 행동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거의 테러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설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정보기관의 실패와 질책에 할애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음모를 밝혀내고 공격을 분쇄할 수 있었던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정보기관들이 이 정보들을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이고, 그것들을 빨리 시행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정보기관에 대한 개선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어느 기관이, 또 어떤 부분이 이번 실패에 가장 책임이 큰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책회의 직전 3개 핵심 정보·보안 관련 기관장인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의중에 밝은 한 고위 관리는 누군가는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백악관이 주도할 정보기관 개선책은 정보기관 간 구체적인 업무 조정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행정부나 정치권 내에서 정보기관 간 영역 다툼이 누차 지적됐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에서 “정보기관 간 서로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전했다.

블레어 정보국장은 회의가 끝난 뒤 “대통령의 지침을 받았다. 우리는 이해했고,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