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국군 유해 발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 박신한 대령 “전쟁 60주년 맞아 진정한 화해 기회”
입력 2010-01-06 23:52
“시간과의 싸움이지요. 6·25전쟁을 기억하는 생존자들이 줄어들고 있어 당시 전사한 유해들이 외로이 묻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 단서들이 점점 더 적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올 때가 많습니다.”
2005년 말부터 유해 발굴 작업을 해온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인 박신한(53) 대령은 북한지역에서도 유해감식단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이 빨리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여서 더 간절하다고 했다.
박 대령은 북한에서 발굴 작업을 해온 미국이 그간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공동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해왔고 북측이 발굴한 유해에 적잖은 비용을 내고 본국으로 송환해 왔다.
그는 “유해 발굴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남북한이 진정으로 화해와 상생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며 “60년간 쌓여온 아픔이 서서히 녹아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북한이 우리 측의 공동 발굴 작업 제안을 받아들여 작업이 시작되더라도 여러 가지 현안이 우선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전사연구 등 기초 자료 수집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지역 유해지도는 지난해 말 마무리됐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사료와 참전용사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주요 전투지역 323곳을 발굴 가능지역으로 분류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올해부터 북한지역 자료 수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대령은 최근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불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유해를 발굴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다. 수주간 단 한 구도 발굴하지 못할 때는 ‘기도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가’ 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한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상당수 전사자들의 영혼이 고향과 가족 품에서 평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학군 18기로 임관한 박 대령은 2005년 말 육군본부 전사자 유해발굴과장을 거쳐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초대 단장에 임명돼 유해 발굴 작업을 이끌어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