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눈을 좋아하는 설표

입력 2010-01-06 21:27


기상관측 이래 서울 지방에 최대 폭설이 내렸다. 지금도 사람들은 쌓인 눈을 치우며 눈과의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출근길 걱정을 내려놓으면 눈 덮인 동물원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눈이 오면 더 생기가 도는 설표도 오랜만에 제대로 내린 눈이 반가운 눈치다. 흰색 바탕에 진회색 장미 무늬의 두터운 털 코트를 입고 있는 설표는 이름처럼 눈 쌓인 동물원이 제 세상인 양 눈밭 위에서 더욱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설표는 해발 3000∼5500m의 히말라야 깊은 산에 살기 위해 두툼한 털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겨울털로 갈아입은 지금은 눈밭에 굴러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하게 무장했다.

설표는 두터운 털 외에도 겨울산에 적합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뭉툭한 몸과 작고 둥근 귀는 체표면적을 줄여서 체열 손실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발바닥에 난 털은 발이 시리거나 경사진 산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또 넓은 발바닥은 눈 위를 걸을 때도 체중을 분산시킬 수 있어 발이 눈에 빠지지 않게 한다. 몸길이만큼이나 꼬리도 긴데 꼬리는 걸을 때나 달릴 때 몸의 균형을 잡아줄 뿐 아니라 잠잘 때는 담요처럼 몸에 두르고 얼굴을 덮어 차가운 바람을 막는 데 이용한다.

설표는 히말라야와 중앙아시아 산악 지대에 산다. 이 지역 투르크족 사람들은 설표의 늠름한 기백과 용맹을 높이 사서 도시나 군대의 상징동물로 정할 정도라고 하니 설표를 대하는 마음이 우리가 호랑이를 아끼는 정도라고 보면 맞을 듯싶다.

설표는 유전적으로도 호랑이와 상당히 가까워 호랑이 사자 표범 등과 함께 대형 고양이과로 분류되는 맹수이며, 몸무게 27∼54㎏, 몸길이 75∼130㎝로 몸집은 작지만 날렵해서 먹이를 사냥할 때는 한 번에 무려 14m를 뛸 수도 있다.

사는 곳이 높고 험준한 히말라야이니 설표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 4000∼6500마리 정도가 야생에서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따름이다.

심각한 멸종 위기에 있는 설표를 구하기 위해 설표기금, 설표보존위원회, 설표 네트워크 등 다양한 국제 기구가 설립돼 있고, 네팔 지역을 포함해 14개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이 설정돼 서식지 보호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동물원에도 설표 한 쌍이 살고 있는데 아직 2세를 생산하지 못했다. 눈이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하니 서울동물원의 설표 농사도 풍년이 들어 올해는 귀여운 아기 설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