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나서야 움직이는 장관들
입력 2010-01-06 17:49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 청사를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을 의무화해 낭비사례가 드러나면 개선조치를 취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호화청사를 뜯어고쳐서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진단 결과에 따라서는 호화청사 비판을 받아온 성남시, 용인시 등의 유리 외벽이나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옳은 방향이고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그동안 멀뚱멀뚱 보고만 있다가 대통령 한마디에 움직이는 것이 영 볼썽사납다. 뜯어 고치는 비용은 또 얼마나 들 것인가. 호화청사 건축 비용도 주민 세금이요, 뜯어 고치는 비용도 주민 세금이니 정부 관리들 하는 행태가 한심하고 답답하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중소상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도 결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덕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분기 중 인하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2.0∼2.2%인 중소상인 카드수수료가 대형마트 수준인 1.6∼1.9%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 수수료 문제와 관련 “나는 중소상인쪽 입장”이라면서 “영세상인들을 위한 배려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적시하고 개선책을 강구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시정이 될 것을 왜 이제껏 방치했느냐는 것이다. 지자체 호화청사나 중소상인 카드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장관들이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했든지, 아니면 도저히 안 되는 일인데 대통령이 하라니까 억지로 하는 것이든지 두 가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장관들이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국사를 맡기겠는가.
이 대통령도 지난달 “공직자는 매우 전향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일을 하다 실수하면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적극적인 업무추진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장관이 움직이는 것보다 장관이 먼저 움직이다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 수습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