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누구를 탓하고들 있나
입력 2010-01-06 17:49
지난 연말 사진 한 장이 기억에 생생하다.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직후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와 활짝 웃으며 악수한 장면이 그것이다. 예산안 통과 직전까지 국회의장석 앞에서 야당 의원들과 예산안 처리 반대 시위를 벌였음에도 무기력하게 패한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화를 내며 퇴장하는 게 당연했으나 사진 속의 그는 마치 승자 같았다.
지난 해 민주당은 미디어법 저지에 실패했다. 새해 예산안도 오히려 증액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협상 전략이 미숙했던 탓이다. 이쯤 되면 원내 사령탑인 이 원내대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 정도는 해야 상식이다. 하지만 그는 “숫자가 부족했으나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는 이기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그리고는 뒤늦게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협상과 투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지만,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협상 및 투쟁 과정에서 책임이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주류는 호기를 잡은 듯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치열했던 예산 정국 하에서 지역구 예산을 수십억원씩 늘리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징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진행 중이다.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며 추 위원장을 당 윤리위에 제소한 민주당이나, 야당 환노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을 처리한 추 위원장이나 오십보백보다. 민주당 의원들 의견은 추 위원장을 출당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징계해선 안 된다는 것까지 분분하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편끼리 치고받는 작금의 민주당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민주당 구성원들은 자성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