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지자체 에너지 대책 비상… 이 대통령 질책후 난방 절약 등 생색내기 대책 쏟아내
입력 2010-01-06 22:36
에너지 낭비가 심한 호화청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청사 뜯어고치기 후속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경기도 성남·용인시 등 해당 지자체들은 에너지 절감대책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행안부는 6일 지자체 청사 등 공공기관 청사를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을 의무화해 유리 외벽이나 내부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사례가 있을 경우 개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우선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호화청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성남시와 용인시, 전북도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을 벌인 뒤 낭비성 구조물을 고치기로 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지방공기업 등 436기관 5608개 청사의 냉난방 기준 온도를 조정하는 한편,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으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사용량을 연내에 10% 절감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특히 현재 건립중인 15개 자치단체 건물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율을 5%에서 7%로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 변경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건물 규모별로 에너지소비 상한선을 설정해 초과 사용기관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이처럼 중앙부처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지자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다고 줄줄이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신청사는 그대로 둔 채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만 줄이겠다고 생색만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년 전체 예산의 14%(3222억원)를 청사 짓는데 사용한 성남시는 “점심시간에 건물 전체 소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974억원(전체예산의 12%)을 들여 신청사를 지은 용인시는 “유리창에 필름을 부착해 열효율을 높이고 조명시설도 LED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전북도 역시 “청사 복도와 로비 등 공용면적에 대한 난방을 중지하고 경관조명과 야외 분수등도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신청사 개관을 앞둔 서울 용산구는 1년 전체 구 예산의 53%(1510억원)을 구청 신축 공사에 쏟아부은 사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관악구도 1년 예산의 30%(882억원)를 청사 신축에 썼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정자립도 하지 못한 지자체들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청사를 지은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 활용과 절감 정도를 상세히 조사해 낭비가 심한 경우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김도영 대학생 인턴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