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문화 지형도 (2) 공연] 연극 도전하는 뮤지컬… 풀죽은 무대 활력
입력 2010-01-06 17:34
올해 공연계는 지난해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다 신종 플루까지 겹치며 악전고투했지만 올해는 외부적인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연주단체 잇달아 방한=지난해 경기 침체로 해외 유명 연주단체 내한이 취소됐지만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특히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 연주단체의 내한은 5월에 꽃을 피울 예정이다.
15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 런던 필하모니아(3일·예술의전당)를 필두로 슈투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6일·성남아트센터),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16일·예술의전당),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29일·예술의전당) 등의 공연이 5월에 집중돼 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9월 16∼17일 한국을 찾고, 영국 출신의 유명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친정이기도 한 버밍엄 시립교향악단도 10월 26일 첫 내한공연을 한다. 미국과 유럽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평가받으며 미국 빅5 오케스트라 대열에서 물러난 적이 없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도 11월 21일 3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한정호 과장은 “지난해는 경기 침체로 기업 협찬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면서 “티켓 값을 낮게 책정하려면 기업 협찬이 필수적인데 올해는 경기가 풀리면서 협찬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브랜드 연극 자리잡기=뮤지컬 제작사들이 잇달아 연극 제작에 뛰어들면서 연극 제작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에 돌입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한 ‘연극열전’의 상업적인 성공이 도화선이 된 셈이다.
지난해 회사명을 바꾸며 본격적인 연극 진출을 선언한 신시컴퍼니는 올해 신경숙 원작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필두로 지난해 토니상 3개 부문을 수상한 ‘대학살의 신’, 지난해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푸르른 날에’ 등의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신시컴퍼니는 중·대형 극장에 적합한 연극을 중심으로 연극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뮤지컬 제작에 주력했던 뮤지컬해븐도 14일부터 2월 28일까지 연극 ‘뷰티퀸’을 선보이며 연극 제작을 시작한다. 특히 ‘노네임씨어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앞으로 배우 중심이 아닌 작품성 위주의 연극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M뮤지컬컴퍼니도 영화감독이 연극을 연출하는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뮤지컬 제작사들이 연극에 뛰어들면서 기획력과 스타 캐스팅으로 무장한 연극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라며 “연극 제작 편수가 늘고 연극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건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작품보다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는 지적이 있다. 또 스타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표 값이 오르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뮤지컬은 숨고르기=지난 10여년간 숨가쁘게 달려오며 양적 팽창을 한 뮤지컬은 올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월 ‘컨택트’ ‘모차르트!’, 4월 ‘몬테 크리스토 백작’, 8월 ‘빌리 엘리어트’, 9월 ‘스팸어랏’ 정도가 올해 새로 선보일 신작이다. 뮤지컬 시장은 신작의 성공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낀 거품을 제거하는 게 올해 급선무다. 제작 편수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스타가 뮤지컬에 몰리면서 배우의 몸값이 올랐고 대관료도 덩달아 뛰었다. 하지만 스태프의 처우나 제작 여건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은 뮤지컬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