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고, 신뢰 받고..제설작업에 앞장선 교회들

입력 2010-01-06 15:16


[미션라이프]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교회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워 지역주민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다.

서울 도봉동 광염교회(조현삼 목사)는 5일과 6일 교회 앞 도로를 비롯해 도봉동 63번지 일대 교회 인근 이면도로의 눈을 말끔히 치웠다. 제설용 삽을 든 교회 자원봉사자 20여명은 포크레인과 함께 한파로 단단해진 눈 더미를 파내고 길 가장자리로 옮겼다. 길가에 치운 눈은 덤프트럭을 이용해 모두 실어 날랐고 골목길은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교회는 7일까지 인근 이면도로의 눈을 완전 제거할 예정이다. 한나절 대여에 25만원이 소요되는 포크레인은 적설량이 많아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회 측이 직접 빌린 것이다.

조현삼 목사는 “삽과 빗자루 등으로 수작업을 했지만 눈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며 “중장비를 이용하면서부터 효과적으로 제설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인근 도로의 눈까지 치우기로 나선 것은 최근 눈으로 인해 이웃간 갈등이 커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실제로 지난 4일 내린 눈으로 주택가 골목길과 상가지역에서는 자기 집과 가게 앞 눈을 치우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이로 인해 곳곳에서 시비가 잇따랐다.

조 목사는 “눈 때문에 이웃간에 불화가 생겨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며 “교회가 눈치우기에 나서 평소 주차문제 등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을 갚고자 했다”고 밝혔다.

광염교회가 이틀간 제설 작업에 사용한 비용은 중장비 대여비 50만원이 전부다. 적은 금액으로도 얼마든지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주민 반응도 뜨거웠다. 거리를 지나는 주민들은 노란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을 향해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주민 김보배(65·여)씨는 “미끄러질까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교회에서 골목길을 말끔히 치웠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처음으로 나왔다”며 “교회가 큰 일을 했다”고 말했다.

교회 주변 눈치우기는 한국 교회 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국교회희망연대(한희년·상임대표의장 이영훈 목사)는 이날 120개 회원교회에 이메일을 보내고 교회 주변 눈치우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내내 새벽기도 이후 교회와 집 주변 골목길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운다는 계획이다.

한희년 박원영(서울나들목교회) 사무총장은 “대부분 교회들이 교회당 앞의 눈만 치웠는데 인근 골목길까지 치우면 거리는 한결 깨끗해질 것”이라며 “눈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회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