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염화칼슘→첨단 공법… 제설제의 진화

입력 2010-01-05 18:09

시대 변화에 따라 제설제는 발전을 거듭했다. 제설 체계가 변변치 않던 1960, 70년대에는 모래와 연탄재가 효과적인 제설 도구였다. 심지어 미끄럼 방지를 위해 쓰레기를 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화학작용과 최첨단 공법을 적용한 친환경 제설제가 사용된다.

제설제는 크게 마찰제와 융설제로 나뉜다. 마찰제는 노면 저항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모래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쌓인 눈에 매연과 흙먼지가 섞여 거리가 지저분해진다. 눈이 녹은 뒤 모래가 배수관과 하수도를 막고 미세한 모래 가루는 호흡기 질환 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대체한 게 화학적인 방법으로 눈이나 얼음을 녹이는 융설제다. 대표적으로 소금과 염화칼슘이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도로에 소금을 뿌리면 자동차 타이어와의 마찰로 열이 발생해 눈이 녹기 시작한다. 이때 소금은 물에 녹아 나트륨 양이온과 염화 음이온으로 분리돼 물의 빙점(어는 온도)을 낮춘다. 장독대 간장이 쉽게 얼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특히 염화칼슘은 대기 중 수분을 흡수하고 물에 녹으면서 상당한 양의 열을 방출해 제설효과가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는 69년 12월 10일 염화칼슘이 제설제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울시는 4㎝가량 눈이 쌓이자 교통경계령을 내리고 삼각지와 청계천 고가도로 입구에 염화칼슘을 뿌렸다.

이때부터 염화칼슘은 대표적인 제설제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매년 겨울 염화칼슘 수요가 많아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88년 12월 중간 도매상이 염화칼슘 사재기에 나서 25㎏ 한 부대 당 가격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랐다. 때문에 서울시는 90년 12월 12일 눈이 올 때 기온에 따라 제설제로 염화칼슘과 소금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소금과 염화칼슘의 과도한 사용은 자동차와 철제 시설물 부식을 가속시키고 토양과 수질 오염, 주변 식물 피해를 키운다. 실제 95년 붕괴된 성수대교에는 매년 일반도로보다 두 배 많은 염화칼슘이 뿌려졌다.

최근에는 염도를 낮춘 친환경 제설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제설 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사용량이 많지 않다.

대신 최첨단 공법을 제설 작업에 도입하고 있다. 인천대교에 설치된 ‘자동염수분사시설’이 대표적이다. 이 장치는 눈이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염수(소금물)가 분사돼 결빙을 사전에 방지한다. 서울 서초동 서래마을에서는 도로 밑에 열선을 깔아 눈을 녹이기도 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