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 “IT주 비싸 보여도 지금 사라”

입력 2010-01-05 20:51


새해 벽두부터 정보통신(IT)주의 질주가 다시 시작됐다. 새해 들어 삼성전자는 3개월여 만에 80만원대로 재진입했고,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IT주가 비싸 보여도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증권가 분석이 줄 잇고 있다.

삼성전자 등 75개 IT업종 중심의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5일 8002.41로 마감, 사상 처음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닥시장도 스마트폰·전자책·3D·클라우드 컴퓨팅 테마 등이 세몰이를 하고 있다. 이머징증시의 IT섹터는 지난 한 달간 8.8%(MSCI 기준) 급등했다.

IT주의 질주는 실적 기대감이 떠받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 속에 IT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수혜 업종도 다양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업과 스마트폰·전자책 등의 완제품업부터 소프트웨어, 인터넷포털, 네트워크, 이동통신업 등까지 실적 개선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에 국내 전기전자업종의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지난해 IT주들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18%인 11조8000억원이었지만, 올해엔 21%인 18조6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급 상황도 좋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달 이후 전기전자업종을 2조원 가까이 쓸어담았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전기전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최고점이었던 2004년의 75% 수준이라 추가 매수 여력도 충분하고, 국내 IT기업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배율)은 10.5배로 주요국의 40∼60% 수준인데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은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어 투자 매력도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IT섹터 상황이 현재 비싸 보이는 중목을 사야 하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94만원에서 10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3원 급락한 1140.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9월 22일(1140.3원) 이후 가장 낮다.

전문가들은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커지고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가 몰린 탓으로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는 3개월여 만에 장중 한때 1700선을 넘었지만 환율 급락과 기관 매도세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전날보다 5.52포인트(0.33%) 내린 1690.62로 마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