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임원 20% 감축·사무직 1개월 무급 휴직

입력 2010-01-05 20:53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임원을 20% 줄이고 사무직 직원들은 돌아가며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보유 자산도 매각해 1조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금호그룹은 5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 이후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 같은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회사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계열사 재정비를 통해 임원 및 사장 수를 2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370명이었던 금호그룹 전체 임원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건설,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임원을 제외할 경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0명 수준으로 줄게 된다. 임원 감축과 함께 임원 연봉도 20% 삭감한다.

또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그룹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계열사에 한해 무급휴직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전 계열사가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크아웃 대상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포함해 자율협약 대상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자산도 매물로 내놓아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매각을 추진했던 베트남 호찌민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와 금호건설 홍콩유한공사의 자산을 매각해 4776억원 정도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호타이어는 중국 및 베트남 소재 해외법인 지주회사인 금호타이어 홍콩 지분 49%를 매각해 1500억원을 마련한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매각과 제1열병합발전소의 세일 앤 리스백(Sale&Lease Back·인수자에게 양도 후 재임차하는 방식) 매각을 통해 2653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을 추진했던 아시아나IDT와 금호종금 지분을 팔아 1838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매각키로 한 자산 상당 부분이 기존에 산업은행과 함께 매각을 추진해왔던 것이고 구조조정안 자체가 금호그룹 자체 안이란 점에서 채권단과의 향후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1조3000억원의 자산을 내놓는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채권단이 가장 강조했던 대주주 사재 출연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6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 뒤 실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까지 채무조정 방안을 포함한 워크아웃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과 맺게 될 양해각서에 따라 금호그룹 2세와 3세 등 현 오너 측 경영진에게 3년 정도 (경영권을 유지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황일송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