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 사람들-(3·끝) 전과범서 취업성공 신학생 꿈꾸는 홍성호씨] “목수되어 罪 깎아내고 새삶 다듬어요”

입력 2010-01-05 17:54


2006년 11월 23일 오후 6시. 한 사내가 목포교도소에 입소했다. 24시간 감시하느라고 언제나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는 교도소 안은 바깥세상보다 밝았다. 수의를 입은 사내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느리고 슬픈 발걸음 소리가 교도소를 울렸다. 칠흑보다 더 참담한 마음으로 그는 세상보다 더 밝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의 이름은 홍성호(35). 사기 전과 초범인 그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홍씨는 교도소에 들어온 첫날 밤 잠자리에 누웠다. 베개가 젖을 때까지, 새벽이 올 때까지 그는 옆사람이 들을까 소리 죽여 울었다. 그렇게 그는 그곳에서 1000여일을 지냈다. 그리고 2008년 10월 28일 퇴소했다.

간혹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한 줄로 설명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고아처럼 살았고, 사업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실패한 신용불량자. 홀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 재혼했고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나 열 살도 되기 전 고아원에 보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 포털 사이트에 취직한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6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창업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중국 의류 브랜드를 수입하게 해 준다는 지인의 사기에 빠져 석 달 만에 2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도산했다. 전국을 떠돌며 낮에는 김·굴 양식장에서, 밤엔 대리운전을 한 그는 4년간 1억2000만원을 갚았다.

그가 전과자가 된 것은 2006년 8월 고등학교 선배를 만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선배는 “금융 일을 하는데 사무실에 출근하면 1억5000만원을 준다”고 제안했다. 금융 사기범인 선배는 펀드 투자로 돈을 불려준다고 수백명을 유혹했다. 홍씨 통장을 빌려 그 통장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한 달쯤 후엔 홍씨도 선배가 하는 일이 범죄임을 알았다. 그러나 사채업자의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던 그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 범죄는 같은 해 11월 들통났고, 홍씨는 3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출소한 그를 만났다. 홍씨는 현재 흰돌인테리어에서 목공을 배우며 새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무부 주최로 열린 출소예정자 취업 박람회에 참가해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 공사 현장에서 그는 쉬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빨리 자재를 나르고 난 뒤 선배로부터 목공 기술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깨달음을 주셨어요. ‘새로운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하나님께서 이곳에 인도하신 거다.’ 교도소에서 1년간 불면증에 시달렸던 저는 그 후부터 내면도, 병도 고쳤습니다.”

그에게는 현재 꿈이 있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으로 성공해 출소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신학교에 진학하는 것. 홍씨도 전과 기록이 있는 현재의 정해두(51) 사장을 만나 취업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절반이 출소자로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는 최근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자신이 전과자임을 고백했다. 한때는 원망했던 세상과 이제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홍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요. 지금 하던 대로만 흔들리지 않고 잘 적응하면 그는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정 사장은 홍씨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