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 국운 가른다-(4) 신성장동력산업] 기후변화 협약 따라 ‘녹색시장’ 뜬다
입력 2010-01-05 17:48
“매년 30만명이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것은 적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하지만 당사국 총회는 회의 초반 개발도상국에도 감축 의무를 지운 ‘덴마크 초안’이 공개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선진국을 대표한 미국과 개도국의 멘토를 자처한 중국의 팽팽한 신경전 끝에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을 남기고 회의는 폐막됐다.
◇G20 역할론=코펜하겐 당사국 총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5차 G20 정상회의가 11월 말부터 2주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와 시기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점을 들 수 있다.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4차 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G8 정상회의와 함께 개최되는 것이어서 선진국 중심의 회의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선진국과 개도국 간 논의가 본격화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우리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의제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기후변화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코펜하겐 회의 정상 연설에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해 각국의 녹색성장 계획을 지원하고 저탄소 지구촌을 창조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이라는 탄생 배경을 넘어 출구전략, 글로벌 불균형 해소 등 국제경제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데도 일정한 기능을 하는 등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기후변화 관련 의제가 부각되는 이유다. 지난해 3차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재원 조성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중국의 반발로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만 합의문에 담는 데 그쳤다.
◇글로벌 녹색성장 시동=2012년 수명을 다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협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기존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개도국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2007년 ‘저탄소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한 일본은 오는 4월까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기요금 고정가격 매입제도, 화석연료에 세금을 추가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 등이 포함된 ‘기후행동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도 이산화탄소 등 여섯 가지 온실가스를 오염물질로 규정, 이달부터 실사를 통해 다량 배출 시설에 제재를 할 방침이다.
중국 역시 2006년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시행한 데 이어 에너지 소모가 낮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산업 신정책’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각국이 이처럼 녹색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라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차원을 넘어 자원 및 환경 문제 자체가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시장(그린 오션)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로 기술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개도국의 시장 진입이 용이한 점도 이점이다.
◇두 마리 토끼 잡기, 녹색성장=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운영의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9월 그린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녹색성장 정책이 부처별로 쏟아져나왔다.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 계획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중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설정했다.
하지만 환경과 성장이라는 다소 상반된 가치를 종합해 녹색성장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산업계는 벌써부터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부담이 우리보다 적은 상황에서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규제적 성격과 함께 기업의 부가가치 제고 노력을 더욱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한기주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의 경우는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감축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