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직전에 이 대통령과 통화… 김형오 의장 ‘직권상정 후폭풍’
입력 2010-01-05 23:33
2010년 예산안과 노조법을 직권상정해 처리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이 김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예산안과 노조법 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법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의장직 사퇴도 촉구했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국회를 행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략시킨 김 의장이 즉각 물러나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국회의장 의자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당시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약 30분간 통화했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이 노조법 직권상정 결심을 하는데 이 대통령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 의장 측은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은 예산안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준예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걱정했을 뿐”이라며 “노조법 직권상정은 의장의 독자적 결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해 우려를 표한 것이 압력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새해 벽두를 날치기로 물들인 까닭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압력을 가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한 심각한 사태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또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의 부적절성,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처리 순서 문제, 예결위장 무단 변경 논란 등에 대해 6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를 주도한 김 의장으로서는 심판 결과에 관계없이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물론 연내 처리에 의장직까지 걸었던 김 의장이 파국 직전 상황에서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평가도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