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사막의 거북이… 미국판 ‘천성산 도롱뇽’?
입력 2010-01-05 17:43
미국판 ‘천성산 도롱뇽’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경남 천성산에 사는 이끼도롱뇽 보호 때문이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서는 사막 거북이(desert tortoise·사진) 보호가 이슈다.
모하비 사막에는 거대한 태양열 에너지 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태양열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청정 발전 시설이다. 완공되면 14만2000가구에 전력이 공급된다. 2020년까지 캘리포니아 주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사업의 일환이다.
경제적 유발 효과는 수십억 달러로 추산되고, 관련 시설까지 합치면 조그만 도시가 하나 만들어질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다. 연방 정부 차원의 그린 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2년 전부터 일부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공사 지역 안에 사막 거북이 24마리의 서식지가 발견된 것이다. 사막 거북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연방 정부가 보호동물로 지정한 상태. 미 전역에 1300만 회원이 있는 환경보호단체 시에라클럽 등 여러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서식지 파괴로 사막 거북이가 멸종될 위험에 처했고,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와 시공회사(Bright Source Energy)에 공사를 중지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방 법원에 소송까지 내겠다는 입장이다. 사막 거북이는 연방법으로 보호받고 있어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시공사 측은 공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연방 정부의 중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까지는 최소 수개월은 걸린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환경 관련 소송에서 기업이나 정부가 이기는 사례가 드물다. 지난주엔 캘리포니아 주 사법당국이 모하비 사막의 비포장 도로 두 곳을 개방한 주정부 조치에 대해 일부 동물보호 단체들의 ‘사막 거북이가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다시 폐쇄 결정을 내렸다.
연방과 주정부의 생태학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시공사 측이 땅 1만2000에이커(2500만 달러)를 확보해 거북이들을 ‘안전하게 모셔갈 것’을 주문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