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연경에 갔다온 추사를 만난다… 1월9일부터 화봉갤러리서 ‘추사를 보는 열 개의 눈’展

입력 2010-01-05 17:30


올해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청나라 수도인 연경(지금의 베이징)을 다녀온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추사는 1809년 10월 28일 동지겸사은사(冬至兼謝恩使)의 부사(副使)인 부친 김노경의 수행원으로 한양을 출발해 이듬해 3월 17일 돌아왔다. 그곳에서 그는 옹방강 등 당대의 거목들과 교류하면서 금석학 경학 서화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서울 관훈동 화봉갤러리가 9일부터 3월 1일까지 여는 ‘추사를 보는 열 개의 눈’ 전은 추사와 관련된 10개의 키워드로 19세기 학문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고서적 컬렉터인 여승구 화봉책박물관장이 자료를 모으고 은행원 출신의 추사 전문가인 박철상 ‘그림과 책’ 공동대표가 해설을 맡았다.

추사의 글씨나 탁본, 소장 서적을 비롯해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 남긴 자료 등 210점이 전시된다. 10개의 테마 가운데 연행 가계 교유 역관 여항인(閭巷人)은 추사가 만들어지는 배경에 관한 것으로 청나라 강희제가 편찬한 고문선집, 정조 어찰, 박제가 시집, 추사의 제자인 이상적의 시문집 ‘은송당집(恩誦堂集)’ 등을 선보인다.

또 저술 인장 서법 금석학 세한도는 추사의 업적을 보여주는 테마로 2006년 도난당했다가 최근 되찾은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 현판 탁본, 추사가 손수 탁본을 떴다는 기록이 있는 ‘백월비(白月碑)’ 탁본첩, 조형미가 뛰어난 김해 김씨 김기종의 재실 현판 ‘歸老齋(귀로재)’ 등이 전시된다.

추사의 ‘세한도’를 탄생시킨 책도 나왔다. 청나라 하장령이 편찬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이다. 이상적은 중국에서 구한 이 책을 제주도에 유배 중인 추사에게 보냈고, 추사는 어렵게 구한 책을 보내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추사 글씨 사진도 처음 공개된다. 시인 천수경은 옥류동(지금의 옥인동) 인왕산 아래 골짜기에 거처를 마련하고 ‘송석원(松石園)’이라 이름 붙였다. 추사는 1817년 이곳 바위에 예서체로 송석원이라는 글씨를 썼다. 송석원은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자취를 찾을 수 없지만 1910년대 초 친일파인 윤덕영이 이곳에 지은 별장 사진에는 ‘벽수산장’이라는 글씨 왼쪽에 송석원 글씨가 보인다.

9일∼2월 25일 추사 김정희 그리기 대회, 8일∼3월 1일 추사 작품 무료 감정 행사가 열린다. 전시장 입장료는 일반 1만원, 학생 5000원(02-737-005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