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등록금 인상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10-01-05 17:30

올해도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간 신경전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엔 경제위기 여파로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올해도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가톨릭대 등 몇몇 대학은 동결을 선언했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결정을 미룬 채 부심중이다. 2년 연속 동결은 어려우며 최소한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속내인 것 같다.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정운찬 총리와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연말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 등 인상 자제 노력을 요청했다. 나아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학자금 대출과 각종 재정지원 항목에서 등록금 인상률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겠다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일방적 희생만 강요한다”“정부가 지원금은 늘려주지 않으면서 등록금만 규제하려 한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는 모양이다. 대학들의 주장은 원론적으로 이해가 간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자율에 맡겨야 하며 정부가 간여할 사안은 아니다. 더욱이 정부의 대학 지원액이 OECD국가 중 꼴찌인 상황에서 정부가 등록금 동결을 다그치는 것은 좀 심하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이는 대학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우선 그간의 등록금 인상폭이 너무 컸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율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5∼6.7%에 달해 물가상승률을 배나 앞질렀다. 국공립대도 같은 기간 7∼10%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 결과 이제는 서민 가정의 월급 두 달치를 고스란히 모아야 한 학기분을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일부 전공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고 있다.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때문이라지만 등록금 산정 근거가 불명확한 것이 문제다. 일부 대학은 적립금이 막대한데도 매년 등록금을 올려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등록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후에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는 것이 순서다. 무엇보다 올해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을 올리면 서민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