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형제 간 ‘라면 경쟁’

입력 2010-01-05 20:54


형제 간 라면 경쟁이 시작됐다. 롯데마트가 내놓을 PB(Private Brand·유통업체 자체상표) 제품 ‘롯데라면’과 농심 ‘신라면’ 얘기다. 롯데마트는 15일쯤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롯데라면’을 출시하기로 했다. 라면 이름에 롯데를 넣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이 맛이 라면’이 50만개 이상 팔리면서 탄력을 받은 것이다. 이 맛이 라면은 롯데마트 라면 매출 6위를 기록했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는 농심. 신춘호(80) 농심 회장과 신격호(88) 롯데그룹 회장은 친형제다. 신격호 회장은 1946년 일본 도쿄에서 자본금 100만엔으로 일본롯데를 설립했고, 67년 고국에서 자본금 3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갈월동에 터 잡았던 롯데제과가 ‘유통 공룡’ 롯데그룹의 시발지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제과보다 2년 앞선 65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롯데공업을 세웠다. 형님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롯데 이름을 따왔다. 73년까지 ‘롯데라면’을 출시하다가 ‘농심라면’ 등 히트작을 내면서 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꿨다. 농심은 컵라면 등을 선제 출시해 85년 라면 시장 1위로 뛰어올랐고, 86년 내놓은 신라면 인기가 더해져 라면 시장 점유율을 70%로 끌어올렸다.

롯데가 라면시장에 진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형제 간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 측은 “3∼4위권 제조업체와 손잡고 저렴한 제품을 내놓자는 유통업체 PB 기본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싸움은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의 대결이기도 하다. 농심은 신라면 파워를 내세워 유통업체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유지해왔다. 롯데가 강력한 유통망을 발판으로 라면사업을 강화할 경우 형제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