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하나님-정영일 이랜드복지재단 대표] 온갖 병 달고다니던 약골 고통 통해 섬김 깨달았다

입력 2010-01-05 17:07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질병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안질과 관절염 등이 나를 괴롭혔다. 질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고난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었고 하나님의 은혜를 더 체험할 수 있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성경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의 기적도 체험했다. 10여년간 토끼 눈같이 충혈되며 심하게 앓게 만든 안질이 부흥 집회 중의 기도로 한순간에 치유됐다. 관절염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찾아오지만 걱정은 없다. 사도바울의 가시와도 같다.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생각하게 된다.

내게 직장은 인생의 학교였다. 이랜드에서 20년을 보냈다. 그 20년 동안은 감사의 나날이었다. 직업과 관련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유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앎이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골3:23∼24) 나는 이랜드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직업관과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비전과 꿈을 꾸게 됐다.



나는 55세가 되면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돕는 인생이 가장 의미롭다고 여겼다. 그래서 대안학교 교사를 꿈꿨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면을 포함,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입사 후 세운 ‘라이프 플랜’을 10년 앞당겨 실현시키셨다. 대안학교가 아니라 이랜드복지재단에서 어려운 사람을 섬기는 사역을 할 수 있게 인도하셨다. 가끔 하나님은 내 계획에 없던 복지재단으로 인도하셨을까를 생각한다.

섬기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하나님은 복지재단에서 돈을 어떻게 가치있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훈련시키셨다.

이랜드복지재단에서 사역한 지도 벌써 만 8년이 되었다. 가치 있게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록펠러도 돈을 쓰는 것이 버는 것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돈을 쓰는 측면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복지재단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있다. 악성 류머티스 때문에 꿈 많던 여고시절부터 17년 동안 조그마한 2층 빌라에서 살아야 했던 여성. 그녀는 작은 창문과 TV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본까지 다녀오며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다.

2명의 어린 손주와 함께 풀빵장사를 하면서 근근이 지내는 오뚝이 할머니. 갑자기 찾아온 백내장이 그 할머니를 불행하게 만들었지만 이제 개안수술을 통해 귀여운 손주를 원 없이 볼 수 있게 됐다.

아버지를 여의고 정신지체인 어머니와 형제 자매를 돌봐야 하는데도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7명이나 데려와 키우는 처녀선생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몇 백만원이 없어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많다. 몇 푼 때문에 세상과 단절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칠 때마다 그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해한다.

어디 국내뿐인가. 이란 밤시에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이재민이 먹을 것이 없어 고통을 호소할 때, 하루에 3000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한 달 이상 제공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도 비슷한 구호활동을 3개월 이상 할 수 있었다. 모잠비크에는 학교를 지어 2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 순간마다 나는 늘 도우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어떤 경우에는 한 생명을, 어떤 경우에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살리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너무나 큰 축복이었다. 그분은 “하나님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사오니”라는 요한복음 17장4절의 말씀처럼 살기를 원하는 내게 선하게 응답하셨다. 하나님은 내게 억만금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대신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로 귀한 헌금을 잘 사용하도록 지혜를 주셨다.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가. 하나님의 눈길이 머무는 곳, 하나님의 손길이 닿는 곳이 바로 내가 가야 할 장소다. 나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며 그분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하리라. 울며 씨를 뿌리리라’

“이같이 너의 빛을 사람 앞에 비추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