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문화 지형도 (1) 영화] ‘포연 속’ 스크린… 충무로는 전쟁중?

입력 2010-01-05 17:04


한국영화의 2010년 지형도는 어떤 모습일까. 무엇보다 눈에 띄는 특징은 블록버스터 급의 ‘전쟁영화’ 제작 붐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전쟁영화 제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임권택 감독 등 거장들의 귀환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한국 영화를 찾아 2010년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포연에 휩싸인 스크린=가장 먼저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이는 영화는 현재 촬영에 들어간 ‘포화 속으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북한의 남침에 대항하던 학도병 71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거북이 달린다’의 이만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으며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와 그룹 빅뱅의 탑 등 호화 출연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2년 6월29일 연평도 서쪽에서 남북한 함정 사이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을 다룬 영화 2편도 동시 제작된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우리’는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으로 3D로 생생한 전투 현장을 구현한다. ‘튜브’의 백운학 감독 역시 ‘연평해전’을 준비 중이어서 같은 소재의 두 영화가 맞붙을 전망이다.

신상옥 감독의 1964년 작품인 ‘빨간 마후라’의 속편도 만들어진다. 전편의 주인공 손자가 현재 공군 파일럿으로 등장, 현재 공군의 일화를 중심으로 조국에 대한 충성과 사랑 등의 내용을 다룬다. 45년 만에 나오는 공군 영화로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커플 장동건과 강제규 감독의 만남만으로도 관심을 모은 ‘디데이’는 3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전쟁영화다. 할리우드 자본도 대거 유입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독일 나치 병사가 된 한 남자의 실화를 그린다. 5월 국내에서 촬영을 시작해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를 돌며 촬영이 진행된다.

문제는 연이어 개봉되는 전쟁영화에 관객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쏠릴지 여부다. 동일한 소재로 만들어진 100억원 내외의 대형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것은 출혈 경쟁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거장의 귀환=포연 가득한 스크린 속에서 명장의 손끝을 거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2010년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영화인 ‘달빛 길어올리기’를 들고 관객을 만난다. 박중훈, 강수연 출연. 우리 고유 문화유산인 한지와 한지 복원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은 5월 ‘시’를 선보인다. 여배우 트로이카 1세대 배우 윤정희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이혼한 딸이 맡겨놓은 외손자를 키우면서 파출부일을 하는 60대 여성이 문화원에서 시작 강의를 듣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맛보는 내용을 담았다.

1000만 신화를 쓴 감독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실미도’로 1000만을 기록한 강우석 감독은 ‘이끼’로 관객을 찾는다.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폐쇄적인 농촌 마을에 가족없이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마을로 들어오게 된 낯선 청년으로 인해 드러나는 숨겨진 비밀을 풀어낸 스릴러물이다.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등이 출연한다.

‘왕의 남자’로 사극 1000만을 달성했던 이준익 감독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선보인다.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선조 29년에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그렸다.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두 남자의 숙명적 대결이 그려지며, 황정민과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 이 외에도 ‘바람난 가족’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작품을 만들어온 임상수 감독이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다. 전도연, 서우, 이정재가 캐스팅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은 최민식 주연의 액션 누아르 ‘아열대의 밤’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는 SF스릴러 ‘제7광구’를 준비 중이며, 봉준호 감독은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설국열차' 각색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