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산 찌르레기와 이단 사이비
입력 2010-01-05 14:18
혼돈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유정칠(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지난해 7월, 전 세계는 특정 컴퓨터에 대량의 접속을 유발해 해당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와대와 정부기관들 그리고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 등이 피해를 입었다. 각국의 사이버 방위군이 나날이 진보하는 해커들의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전쟁은 한 쪽에서 무기 수준을 높이면 다음에는 다른 쪽에서 무기 수준을 높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군비경쟁과 흡사하다. 이러한 군비 경쟁은 생물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뻐꾸기와 북미산 찌르레기이다.
뻐꾸기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자신이 직접 새끼를 기르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아 숙주 새가 자신의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한다. 뻐꾸기가 탁란하는 숙주 새는 개개비, 때까치, 붉은머리오목눈이, 종다리, 할미새, 촉새 등 10여종이 넘는다.
이렇게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의 알을 낳는 것은 숙주 새의 모성본능을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뻐꾸기로부터 처음 탁란을 당한 숙주 새들은 대개 그 알을 제거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뻐꾸기의 알은 발생학적으로 숙주 새들의 알보다 포란 기간이 짧아 숙주 새의 알보다 먼저 부화된다.
먼저 태어난 뻐꾸기의 새끼들은 숙주의 알들을 하나씩 등으로 밀어내어 둥지 밖으로 버린다. 이 사실을 모르는 숙주 새는 자기 새끼를 죽인 뻐꾸기 새끼를 마치 자기 새끼인 양 정성을 다해 키운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이런 뻐꾸기의 탁란이 계속되면 점차 숙주 새들은 자기 둥지에 탁란된 낯선 알에 대해 경계하기 시작하며, 탁란된 알들을 제거하거나 이미 낳은 자신의 알을 포기한 채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둥지를 짓고 산란한다. 숙주와 기생자 간의 군비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숙주 새의 알을 모두 제거하는 뻐꾸기와는 달리 북미산 찌르레기는 숙주의 알을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숙주 새의 새끼들과 함께 부화한 북미산 찌르레기의 새끼들은 숙주의 새끼들과 서로 먹이경쟁을 벌인다. 이로 인해 숙주 새의 번식성공률은 크게 떨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숙주 새의 알을 모두 제거하는 뻐꾸기보다 제거하지 않는 북미산 찌르레기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뻐꾸기의 탁란으로 고통받는 숙주는 5% 미만이지만, 북미산 찌르레기의 탁란으로부터 고통받는 숙주는 50%가 넘는다. 북미산 찌르레기의 피해는 너무 커서 종종 숙주 새들이 지역적으로 멸절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기독교인의 신앙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서로 완전히 다른 종교가 아니라 기독교의 옷을 입고 신자들을 미혹하는 사이비 이단 기독교 종파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그들은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자니라(마 7:15)”고 우리에게 경고하셨다. 거짓 선지자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살찐 양을 잡아 그 기름을 먹으며 그 털을 입되 양의 무리를 먹이지 않는다(겔 34:2∼3). 우리는 그들의 열매를 보고 그들을 식별할 수 있다(마 7:16). 새들이 자신의 둥지에서 자신의 새끼들이 아닌 뻐꾸기나 찌르레기가 태어난 것을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듯이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암호해독자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모든 거래가 신용카드로 결제되고 텔레뱅킹에 가입해 전화 한 통화로 금전을 입출금할 수 있다. 우리는 비밀번호의 누출만으로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할 때이다. *자세한 내용은 www.worldview.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