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이순신 장군 수술대 오른다
입력 2010-01-04 20:45
‘앞으로 부식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동상 얇은 곳은 이미 구멍이 생겼을 것으로 예상돼 전면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에 대한 현재의 진단이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 주요 동상 52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비·보존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시는 ‘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을 시범 사업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보수에 나선다.
이순신장군 동상은 1968년 고(故) 김세중 조각가에 의해 전체 높이 17븖의 청동 입상 형태로 건립됐다. 세종로 사거리에 들어선 지 40년이 지난 셈이다.
그러나 동상 보수는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상 외부 표면에 왁스를 바르고, 광택 작업을 한 게 전부다. 그마저도 임시방편으로 동상 표면만 정비했을 뿐 근본적인 보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년에 1~2번 물 세척도 실시해 왔지만 이는 오히려 부식을 촉진시켜 동상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눈에 띌 정도로 동상 표면에 균열이 발생하자 지난달 전문가로 구성된 ‘이순신장군 동상 보존관리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자문회의에서 나온 동상 진단은 부정적이다. 건립 당시 주자재인 구리가 부족해 탄피, 놋그룻 등 여러 형태의 주물을 혼합해 사용하다보니 철 재료 성분이 많아 부식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고, 동상 접합부는 이미 부식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중 동상 내시경 촬영을 통해 정확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보수 방법과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동상 관리 매뉴얼도 제작할 계획이다.
시는 이순신동상을 시작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시내 주요 동상 50여개도 정비한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총 53개의 동상이 설치돼 있으며 198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이 절반인 27개다.
황치영 시 도심활성화담당관은 “파손·훼손되거나 방치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동상들이 많고 일부 동상의 경우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연내로 동상 보수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