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이상훈] 하토야마 정권의 2010년
입력 2010-01-04 17:36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1일 발표한 연두소감은 작년 내각이 출범했을 때의 자신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권의 새로운 도전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었고,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한다는 말과 함께 정국운영에서 내각의 지도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지만, 정책결정과정이나 정치철학이 크게 변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동요
작년 하토야마 내각 출범 후 약 4개월 동안 정치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 보이는 한편, 정책 결정과정의 혼란도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개혁의 시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당초의 기대감이 약해지고 연립내각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국민도 많다. 하토야마 총리의 연두소감은 이러한 국민의 불안을 반영한 결과라 생각한다.
작년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원동력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일본국민의 절실한 민의였다. 정치의 변화를 일본국민이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예산 낭비를 없애기 위해 행정쇄신회의가 행한 사업 분류였다. 공공사업의 중지 등 정책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의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 예산의 결정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획기적 시도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탈관료에 의한 정치주도를 주장해 왔던 민주당 정권이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하토아먀 정권 110일을 뒤돌아 볼 때 국민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오키나와 미군기지문제와 경제정책을 통해 표면화한 정권의 동요였다.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비행장 이설문제는 대등한 미·일관계를 상징하는 핵심 정책과제였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결론을 연기함으로써 미·일관계는 위기적 상황에 빠져 있다. 감세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 과거 최대의 예산안을 확정했지만 그 중 국채발행액이 약 44조엔에 달하는 점 등도 총리의 리더십 결여로 비쳐졌다. 정치자금수지보고서의 허위기입사건으로 하토야마 총리의 전 비서 2명이 기소되었다는 것도 국민의 불신을 가져왔다. 2009년 9월 75%라는 고지지율로 순조롭게 출발한 하토야마 정권의 내각지지율이 20%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토야마 정권의 장기집권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올해 여름의 참의원선거이다. 일본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고,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국회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은 참의원선거에서 단독과반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사민당도 국민신당도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국민에게 어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후텐마비행장 문제 등의 안전보장문제, 국민신당은 경제정책 등에서 정부에 대해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고, 그것이 국민들에게는 연립정권의 혼란으로 비쳐져 여론조사에서는 3당의 연립정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4%를 넘고 있다. 문제는 단독과반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 사민당, 국민신당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의원선거 결과에 달려
2010년 정국은 하토야마 총리가 내각지지율의 저하를 막고, 참의원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가 초점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단독과반수를 획득한다면 장기정권에의 전망도 열릴 것이다. 그러나 정책결정과정의 혼란, 정권공약의 일부 위반, 하토야마 총리를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 등에 의해 내각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참의원선거 이전에 총리교체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어찌 되었든 참의원선거는 일본국민이 하토야마 정권에 대해 중간평가를 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상훈 (한국외대 일본학부 교수)